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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82

야생산양을 만났는데

30여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전우(?)와 별빛 그윽한 하늘을 함께 받치고 앉아 불멍화로를 마주하고 모처럼 술잔을 비워 보았네요. 안개 자욱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 손님 배웅을 하고 가을이 내리는 뒷산에 올라 보았어요 전망좋은 바위 절벽위에서 셀카봉을 세워놓고 쉬는데 산양 두마리가 나타나 이방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났어요. 정상 부근에는 지난 여름 쓰러진 활엽수들이 즐비했는데 볕이 많이 드는 남향이어서인지 버섯 구경을 할수없었어요. 강아지들은 하산길 너덜지대 덤불속에서 오소리를 만나 한참을 대치했네요. 새벽에는 우두막 마당 앞까지 내려온 멧돼지를 내친다고 밤새 소동이었지요 밤이면 서리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들입니다

산봉우리 2024.10.13

산에는 왜 가는가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산과 하늘로 가야겠다. 길다란 밧줄 한 벌과 그 쪽으로만 나를 몰고 가야할 별 하나와 그리고 氷壁에 발 놓일 자리를 마련 할 픽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천막만 있으면 그만이다. 봉우리에 덮히는 잿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또 맑게 내가 마다고는 못할 그런 목소리로 솟아있는 산줄기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도는 바람 찬 날이면 된다. 그리고 흩날리는 눈보라와 부풀어 오르는 뭉게구름, 산새의 울음소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떠도는 나그네의 신세로 칼날같은 바람이 부는 곳 산새가 가는 길 멧돼지가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

산봉우리 2024.01.17

잔대 한뿌리

새벽이면 어김없이 앞산을 타고 올라 왔다가 해가 뜨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안개는 일교차가 크질수록 더 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두막에 큰 그늘을 내주는 늙은 박달나무 아래에 갈색 낙엽이 쌓이고 있어요 남자들의 가슴을 센티하게 한다는 가을이 종종 걸음으로 다가오나 봐요. 고요해 보이지만 거친 숲속을 거닐어봅니다. 요행히 잔대 하나가 눈에 들어와 가까이 가보니 아직은 너무 어려서 구경만하고 일어섰네요. 빈 베낭만 짊어지고 혼자서 다리품만 팔다가 온 길이지만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밭에서 익어 가는 오미자는 새로 피는 사계장미보다 더 빛깔이 고와졌어요 백로와 함께 산골 계절의 시계는 가을속으로 달려 가겠지요

산봉우리 2023.09.10

가을산에서 나는 버섯들은?

처서가 지나면서 산골 농장에도 풀베기 숙제가 끝나는 시간이 되었어요. 모처럼 산골 농장에 찾아온 여유있는 시간들입니다. 오미자 수확시기는 몇일 남았고 날씨도 좋아서 강아지들과 같이 가을이 찾아오는 깊은 산속으로 가 보았어요. 새 식구가 된지 백일이 채되지않은 아기 풍산개들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산길을 가는동안 혼자 다니지않고 멀어지다가도 부르면 달려와 주어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갈황색미치광이 버섯 큰갓버섯을 만나고 싸리버섯 군락지를 기대했지만 어린 몇송이 구경이 전부였네요 도중에 만난 오소리가 콜리와 대결하는 모습까지 담력있게 가까이서 지켜보더군요 얼마나 피곤했는지 돌아와서는 간식을 먹고 그대로 쓰러져 누워버렸어요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인지 싸리버섯이 흉년인것같아요

산봉우리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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