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산에는 왜 가는가

자연인206 2024. 1. 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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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산과 하늘로 가야겠다.

길다란 밧줄 한 벌과
그 쪽으로만 나를 몰고 가야할 별 하나와 그리고
氷壁에 발 놓일 자리를 마련 할 픽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천막만 있으면 그만이다.

봉우리에 덮히는 잿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또 맑게
내가 마다고는 못할 그런 목소리로
솟아있는 산줄기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도는 바람 찬 날이면 된다.
그리고 흩날리는 눈보라와 부풀어 오르는 뭉게구름,
산새의 울음소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떠도는 나그네의 신세로
칼날같은 바람이 부는 곳
산새가 가는 길
멧돼지가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행진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1974년 1월 잡지 '山岳 에세이'
'山에는 왜 가는가' 의 '故 章湖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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