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스크랩] 겨울 지리산길에서 되돌아 본 한해 - 어둠에서 빛으로

자연인206 2011. 12. 3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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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러 지리산 종주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서쪽 끝 전남 구례구 화엄사 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지리산 동쪽 끝 대원사까지 약 50km 거리를 2박3일동안 혼자서

바람소리와 나뭇잎소리만 벗삼아 걷는 나홀로 산행길입니다.

 

 

새벽 3시04분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구례구역에 잠시 정차했던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는 쏜살같이 플랫폼에서 사라졌습니다.

서둘러 역을 빠져나가는 인파들에 아랑곳하지않고 간만의 누리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며 역전 식당에서 재첩국으로 아침

요기를 마치자 먼저 나온 손님들을 시내로 픽업하고 돌아온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물으며 호객행위를 합니다.

 

구례구역에서 화엄사 계곡까지는 보통 합승을 할 경우 인당 1만원정도 하는데 혼자서는 2만원을 지불해야했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화엄사 계곡은

사찰에서 스님들이 새벽 염불을 드리는 소리와 범종 소리만 울려퍼질뿐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 8km에 이르는 구간 내내 오름만 이어지는 화엄사코스보다 바로 주능선으로 진입할 수 있는 성삼재

코스를 들머리로 선호하기때문에 평소에도 사람이 별로 없는곳이기도 합니다.

 

화엄사 계곡에 몸을 맡기고 약 3시간 가량을 혼자 걸으며 주능선 전망대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여명이 밝아오기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경 화엄사에서 부터 시작한 산행은 7시경에야 노고단에 도착할수있었는데

계곡에서와 달리 주능선에서는 겨울 산바람이 마치 제트기 엔진소리만큼 요란하게 산행길 내내 함께 하여 두건을 챙기지

않고서는 볼이 시려 ㅎㅎㅎ

노고단 대피소에서는 산행중인 지인을 우연히 만나는 놀라운 경험도 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챙겨먹은 후  다시 1박 예정지인

연하천 대피소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저 멀리 구름아래에 있는 봉우리가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입니다.

저곳 천왕봉의 품을 향해 겨울 산바람을 만끽하며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작년 산행때에는 지리산에 내린 폭설로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산바람을 제외하고는

산행하기에 그만이었습니다.

 

 

비록 혼자서 걷는 시린 산행길임에도 눈에 익은 풍경들이 마치 엄마품에 안긴 아이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수통에는 삼백초 효소 발효액을 희석한 물을 반통쯤 담아놓았는데 이렇게 입구가 꽁꽁 얼어버릴만큼 겨울 지리산 주능선 

기온은 시렸습니다.

 

 

뱀사골 계곡과 삼도봉 그리고 반야봉을 지나면서 담아온 풍경들입니다.

눈을감고 바람소리와 나뭇잎 소리를 연상하며 풍경을 즐긴다면 겨울 지리산의 정취가 한층 더 살아날듯합니다.

 

 

반나절을 부지런히 이동하였더니 노고단 정상이 저렇게 아득하게 멀어져있습니다.

 

 

바람이 빚어놓은 눈밭을 헤치고

몇번이고 다시 보아도 질리지않을 만큼 아름다운 고사목을 가슴속 깊이 깊이 담으면서  겨울 지리산을 만끽해보았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1박을  했었던 연하천 대피소입니다.

아무리 가물고 추운 겨울이라도 물이 마르지않는 곳으로 유명한데 시설은 가장 낙후되어 잠 잘때 몹시 추운곳이기도 합니다.

날씨도 나쁘지않고 몸상태도 좋아서 예정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하여 입실시간까지 한가롭게 여유를 즐겼습니다.

 

 

깊은산속에서 이웃한 첩첩산중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평온함은 무슨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느릅나무껍질을 애워싼 이끼와 고목에 내려앉아 떠나지않는 하얀눈까지도 곱기만 합니다.

 

 

벽소령 대피소로 가는 길목에 만난 사스레나무 유목은

눈보라치는 울바람을 이겨내야만 새봄의 생명과 한여름의 신록이 주는 행복을 맞을 수 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는듯합니다.

 

 

손때묻은 밧줄이 미끄러운 절벽길에서 나그네들의 수호신처럼 매달려있습니다.

험준한 산길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는 곳은 비록 혼자라도 외롭거나 두렵지않습니다.

 

 

어께까지 자란 산죽숲길을 따라 걸으며

메마른 바위 절벽위에 독야청청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의 고고함과 추위에 움추린 까마귀도 품고 있는 여유를 느껴봅니다.

 

 

한적한 숲길을 혼자 거닐때면

비록 어께에는 수십키로의 무거운 베낭이  짓누르고 있을지라도 가슴과 영혼은 시인이 부럽지않을 만큼 동화속 주인공이

되기도 한답니다.

 

 

선비샘 약수는 겨울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낡은 바가지위로 쏟아지며 목마른 나그네들의 오아시스가 되어줍니다.

앞서 걸어간 님들이 받아둔 약수 한바가지를 남김없이 들이키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저 언덕 너머에는 어떤 길이 또 기다리고 있을까요?

 

 

물결치듯 이어지는 산맥들이 연출하는 산 풍경은

가만히 둘러보는것만으로도 마음속 깊은곳 온갖 번민들을 남김없이 꺼집어 내서 바람에 실려 날려보내는듯했습니다.

세석 대피소가 얼마남지않은 전망대에서자 천왕봉과 제석봉,연하봉,삼신봉,영신봉,촛대봉이 얼마남지않았음을 예고합니다.

 

 

고사목들은 저마다 각양의 쓰임새로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다시금 새로운 자연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세석대피소로 향하는 오름에 있는 가파른 계단길인데 이곳은 중간 중간 몇번은 쉬어주어야만 할만큼 높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무리를 지어서 바삐 올라갑니다.

 

 

영신봉 인근 전망대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천하를 휘돌아봅니다.

 

 

아이젠과 스틱 그리고 DSLR 카메라가 이번 산행길의 동반자였었지요.  

 

 

영신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세석평전과 촛대봉입니다.

높은 산이기때문에 고원식물들만이 주로 서식하는데 봄이면 진달래 철쭉이 장관을 이루기도 하는곳입니다.

 

 

어느해인가 세석 평전을 가을에 찾았을때

황금빛 이 들풀이 황혼녁에 가을바람을 타고 이리 저리 나부끼는 모습에 취해서 지리산 종주를 해마다 하게 되었지요

 

 

세석평전에서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에 동무가 되어준 상고대와 들풀들입니다.

 

 

촛대봉 근처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천왕봉의 위용을 뒤로 하고 구상나무가 북풍에 북쪽 나뭇가지를 몽땅 잃고 외팔이처럼 서있습니다.

 

 

 

세석평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촛대봉으로 올라서 저 이정표를 보는 순간 장터목 산장이 이내 손에 잡힐듯 느껴집니다.

아래는 천왕봉과 촛대봉 정상부 모습입니다.

 

 

작년에 이맘때 이 내리막 길은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눈때문에 무척 고생했었는데 이번 산행에는 매우 수월했습니다.

 

 

구상나뭇가지에 핀 눈꽃...

진달래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

가을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빛바랜 모습을 하고 메달려 있는 단풍나뭇잎 ...

이 모두가 겨울 지리산의 주인들입니다.  

 

 

아름드리 고사목과 사슴을 닮은 고사목을 품고 있는 깊은 숲속에는 눈이 이불처럼 겨울을 덮고 있습니다.

 

 

지평선 저 끝까지 내달리는 산줄기를 따라

올 한해 가슴을 무겁게 하였던 원망과 증오 미움과 시기처럼 부끄러운 시름들은 남김없이 던져 버리고 싶었습니다.

 

 

오직 햇빛과 바람이 연출한 목부작(?)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도

누구나 사후에는 저처럼 오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무심히 붙잡아 세울수있을만큼 아름다운 흔적을 남길수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엽초 몇송이가 세찬 산바람과 싸우며 고목 이끼숲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 연하봉 인근 풍경들입니다.

 

 

코앞에 다가온 천왕봉은 곧 날이 어두워지기때문에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을 한 다음 새벽 일출을 보러 가야합니다.

 

 

대피소에서 만난 낮선 산우들과 그져 통성명정도로만 하룻밤 정담을 나누고 새벽녁에 일어나 천왕봉에 오릅니다.

예정된 일출시간은 7시32분

약 1시간정도 소요되는 코스이기때문에 새벽 5시반쯤에는 기상을 해야만 아침식사를 하고 여유있게 나설수있습니다.

 

어둠속에서 헤드렌턴에만 의지해 쉬엄쉬엄 천왕봉에 거의 다다를 무렵 새벽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여명을 배경으로 실루엣처럼 비친 바위풍경이 환상적인 인상을 선물해줍니다.  

 

 

천왕봉 정상에는

일출을 보려고 서둘러 올라온 사람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멋진 모습을 하고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일출시간~

여명을 뚫고 환한 태양이 아침햇살을 품어냅니다.

그런데 일출장면에 적당한 노출값을 재빨리 찾지못하는 바람에ㅎㅎㅎ  해는 그만 다 떠버리고 말았습니다. ㅡ,,ㅡ;;

 

 

그렇지만 아침 해는 밝게 떠올랐으니까 멋진 일출 장면은 다음을 기약하고 대신 정상 인증샷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난 정상에서

일렁이는 섬진강물과 아침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열리는 천지를 한참동안 감상하다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천왕봉에서 가장 단거리로 하산하는 코스는 중산리 길인데 반해 가장 장거리 코스는 대원사 방향입니다.

올해에는 다행히 눈이 많지않아서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기위해 중봉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중봉과 써리봉을 지나면

이처럼 천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포인터도 없다는것을 잘 알기때문에 몇번이고 다시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혼자서 터벅 터벅 길을 내려오는데 눈밭에 떨어진 빨간 열매 한송이가 눈에 띄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마가목 열매였습니다.

하얀 눈속에 떨어진 열매가 많아서 베낭을 벗어놓고 한참동안 한송이씩 줏어 담다보니 금새 담금주  한병분량이 ㅎㅎㅎ

 

 

마가목 열매를 줏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무재치기 폭포앞에 있는 나무계단길이랍니다.   

 

 

대원사 방향 유평 매표소쪽 코스의 끝은 이 계곡의 끝자락쯤에 있습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물이 땀도 씻어주며 친구가 되어주었을테지만 겨울산은 음지에는 빙판과 양지에는 거친 너들바위 길

뿐입니다. 

 

 

긴 등산로를 모두 벗어나 산에서 하산을 마치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 대원사 주차장까지 약 4km 가량 유평계곡을 따라 차도를 더 걸어야만 합니다.

 

 

상경을 하려면 대원사주차장에서 30분에 한대씩 있는 원지행 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원사 바로 앞 유평계곡가에 있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그릇을 했습니다.

 

화목난로에서 퍼져나오는 온기..

연통에 매달아놓은 고상한 조명..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

 

다시 문명의 세계로 무사히 귀환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화엄사에서 무겁게 지고 올랐던 번민들은 산중에서 보낸 50여km의 거리를 걷는 도중에 만난 바람이 모두 씻어주었는지

무언가로 가득찼었던것처럼 무거웠던 머리가 아주 가벼워졌습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또다시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리산에서 충전해온 에너지 덕분에 새해에는 더 열심히 뛸수있을듯~ㅎㅎㅎ

 

효사모님들께서도 이제 하루 남은 2011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 되세요 ^&^

 

 

 

출처 : 자연산야초와 발효효소를 배우는 사람들(효사모)
글쓴이 : 엔자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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