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덕유산의 얼음성

자연인206 2005. 2. 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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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신새벽길을 달려서간 덕유산 영도사 매표소는 서울에서 약 3시간정도 걸려서야 도착했습니다

 


 

여느산이나 그러하듯 등산로 입구 서 있는 산행안내지도는 처녀산행팀들에게 산행로와 방향감각을 머리속에 익혀두는데 그만입니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초입의 풍경은 늦가을 첫눈이 탐스럽게 내린양 사철푸른 산죽이랑 낙엽과 어울려 한겨울임을 갸우뚱거리게 하였습니다

 


 

지난 간밤에 내린듯이 뽀송뽀송한 눈은 시골 장독대 장독뚜껑위에 눌러 앉은듯 가지런하기만 합니다

 


 

설질이 얼마나 곱고 포근한지 그 감촉의 환상에 도취한 사람들은 이처럼 쌓인 눈위에 눈도장을 찍고 올라갔습니다

 


 

나뭇가지마다 포동포동 살을 찌우듯 감싸고 있는 얼음은 저 나무에게 봄을 마중하기전에 마지막 시련을 주고있는듯이 보였습니다

 


 

얼음꽃으로 살이 쪄 비만해진 나뭇가지들은 마치 한여름 수양버들처럼  점점 머리를 땅으로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굵어보이던 나뭇가지도 급기야 머리에 받쳐이고 있던 곁가지에 열린 얼음꽃을 이기지 못하고서 끝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찢겨져서는 산길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산마루에서 불어내려오는 하얀 안개눈은 능선을 향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진해져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바닷속 깊은 곳에 있는 산호초마냥 나뭇가지마다 안개눈이 살찌워주는 얼음꽃으로 단장을 하며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날 처절한 봄맞이 시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로 올라서자 마침내 환상적인 설경이 천국처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에 올라온듯 순백의 눈꽃은 이루 말로 다 형용할 수없는 아름다움을 가슴속 깊이 진한 감동으로  선물하였습니다

 


 

아슬한 바위절벽위에도 눈꽃은 예외없이 만발해서 한동안 넋을 잃은듯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바빴습니다

 


 

순백의 설경이 전하는 맑은 영혼의 메시지를 한아름씩 가슴에 안고 사람들은 눈과 얼음꽃 숲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금방이라도 천사가 나타날듯한 모습으로 덕유산은 우리들 영혼속에 숨은 부끄러움까지도 하얗게 물들이는 듯 했습니다

 


 

경남의 젖줄 남강의 발원지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한참을 내려가보았는데 눈과 얼음때문에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아쉽게 되돌아왔습니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하얀 진눈개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남덕유산의 얼음성은 사람들로부터 감탄사를 입장료로 받는대신 정상으로 가는 철계단을 사이좋게 열어주었습니다

 


 

얼음성으로 오르는 길목에 백목련처럼 고고하게 피어있는 설화는 그토록 거센 추위앞에 찬바람을 맞고서 한참을 서있게 만들었습니다

 


 

정상으로가는 계곡사이를 구름다리로 연결하려는듯 건설중인 교각에도 눈꽃은 차별없이 하얀옷을 입혀주었습니다

 


 

바람이 얼마만큼 거센지 능선길에 부딪혀 쌓인 눈도 순식간에 쓸어버렸습니다

 


 

아주짧은 순간 희뿌옇던 하늘이 마술처럼 잠시 파란 모습을 하며 나타났다 이내 사라졌습니다

 


 

바람과 마주하고는 눈도 제대로 뜨지못할만큼 매서운 강풍이 정상 표지석을 휘감아 돌고있었습니다

 


 

정상에서 서봉가는 길목에서 바람이 고요한 곳을 골라 점심을 먹었는데 어느순간 바람도 자면서 하늘이 열리는듯 청아한 모습으로 온통 하얗던 세상을 선명하게 제모습으로 찾아주었습니다

 

 

 


 

꿈길을 거닐었던것 마냥 아름다운 남덕유산 정상의 풍경입니다 저 고지를 향해 능선을 타고 올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백옥처럼 맑은 순백의 설경과 눈부시도록 파아란 하늘을 앞에하며 먹었던 점심은 찬밥인줄도 모를만큼 순식간에 뚝딱하고 허기를 채웠지만 아주 맛있었습니다

 


 

덕유산 향적봉까지도 아주 선명한 모습으로 천지개벽하듯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고사목에 피어있는 눈꽃은 토실토실한 모습으로 그순간 그곳이 천국인지 지상인지 혼란스럽게 하였습니다

 


 

분명 그곳은 나의 두발로 찾아간 지상의 얼음성이었지만 그속에 있을때 만큼은 천국여행을 하는것이라고 믿고싶었습니다

 


 

이제 하늘은 완연한 제빛을 내며 눈꽃이 만발한 덕유산을 품으며 여유로운 구름 몇점을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바람에 묻은 진눈개비에 바람의 방향을 타고 쑥쑥 자라는 얼음꽃의 성장속도가 눈에 보이는듯 하였습니다

 


 

손에 잡힐듯 분명해진 하늘과 천국의 꽃처럼 피어있는 눈꽃.. 분명 저 계단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서봉 정상에 올라서자 강한 바람과 함께 작열하는 태양빛을 받으며 별천지처럼 펼쳐진 천하에 눈이 부셔왔습니다

 


 

서봉 정상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마주하며 감상에 젖어있다 육십령코스로 하산로를 잡고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산로에서 마주하는 풍경 또한 오름과는 또다른 묘미를 선물해주었습니다

 


 

덕유교육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맞은편 작은 능선으로 뉘엇뉘엇 기울어가는 석양이 별천지같았던 정상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으로 하산길을 밝혀주었습니다

 


 

하산을 마칠무렵 만난 개울물은 이미 봄을 맞은 듯 따뜻한 빛깔을 내려 유유히 얼음같이 차가운 돌사이를 녹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논과 밭을 넘어  아득하게 저 골짜기 안에 가두어 놓고 온 얼음성 남덕유산의 백옥같은 눈꽃산행은 오래 오래 행복한 기억에 남아서 올한해 힘들고 지친 일들이 있을때마다 반추하듯 되새김하며

추억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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