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다시 찾은 북한산 삼천골에도 북풍의 한기는 차갑게 서려있었습니다
매표소를 막지나 삼천사 진입로를 따라 걷는데 상가에서 지피는 하얀 연기가 아침 햇살속에서도 모락모락 옛추억을 불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코스는 북한산의 서남쪽 계곡코스를 따라 청수동암문으로 올라가서 문수봉을 반환점으로 응봉능선을 따라 되돌아오기로 하였습니다
삼천사 초입의 계곡에는 빛과 그림자가 이른 아침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였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마른 목을 축이며 뱃속가득 물을 길러가도 쉼없이 물줄기를 떨어떠리는 삼천사 약수입니다
산중에서 만나는 약수는 예상치못한 곳에서 죽마고우를 만나는듯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더우기 땀을 흠뻑 흘리고나서 들이키는 약수의 맛은 그 무었으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만족한 행복을 선물해줍니다
삼천사를 막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전경들입니다
북한산의 아름다운 봉우리 품에서 천년의 세월을 지키며 불자들의 발걸음을 모아왔다고 했습니다
산행객중에 불자들은 이렇게 경내를 거쳐 대웅전을 지나 뒷편에 바위에 조각된 석불앞에서 불공을 드리고 산을 오르는것 같았습니다
부처의 사리를 모시고있는 사찰이라고 하는데 지장보살상이 곳곳에 서있었습니다
삼천사를 돌아 조금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로가 작은 다리를 지나며 열리기 시작합니다
계곡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소망을 담아 쌓아놓은 돌탑이 저렇게 명물처럼 즐비하게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삼천골 초입은 이처럼 아늑한 산길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가을 낙엽이 가지에서 내려와 겨울 나무 뿌리들을 포근하게 뒤덮으며 겨울 나기를 준비하는 듯 했습니다
질긴 생명을 보란듯이 저 넓은 바위돌을 감싸안으며 자라고 자라서 땅을 찾아 끝내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만났습니다
우리네 사람같았으면 지레 겁을 먹고 뿌리를 내릴 엄두도 설사 뿌리를 내렸다한들 이내 거두어 들였을법도 한데 ...
그동안 쉽게 포기하고 짧은 생각으로 나름대로 속단해버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늑한 숲길을 뒤로하고 마주 닥친 가파른 산길을 한참동안 가쁜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선물로 이처럼 웅장한 북한산 의상봉 용출봉 증취봉의 위용을 마주 할수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나월봉쪽을 바라보았는데 하얀 상고대가 나무가지 끝에서 태양 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상고대를 빨리 보고 싶은 욕심에 나한봉 바윗길을 단숨에 차고 올랐습니다
숨소리가 가슴을 뚫고 목줄기를 거칠게 뿜어내며 나왔습니다
등산로 한켠에 아직 햇볕에 녹지않은 얼음꽃이 땅에서 새싹처럼 자라고있었습니다
사철 푸른빛을 내며 숲을 이루고 서있는 솔잎에도 상고대는 하얀 얼음 보숭이처럼 햇볕에 시린 빛깔을 잃지않고 제모습을 뽑내듯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클로즈업해보았습니다
상고대는 서리가 얼어서 된 것인데 눈이 얼어서 된 눈꽃과는 다릅니다
사람들은 올해 처음으로 북한산에서 만나게된 상고대를 보며 탄성을 질러되면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맞은편 봉우리에 피어있는 상고대도 절경이었습니다
이제 북한산 주능선에 올라서자 온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며 아직도 호연지기의 호기를 부리고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비봉과 향로봉 응봉능선도 손에 잡힐듯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자리에서 묵묵하게 서있었습니다
문수봉에서 바라다본 촛불바위는 어떻게 보면 마치 팬촉같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문수봉에서 승가봉쪽 바위길을 따라 비봉으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주말이어서 위험등산로 표지판이 무색할만큼 릿지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바위절벽이 울긋불긋한곳을 우리도 함께 채색하고 내려왔습니다
언제쯤이면 도달할까하던 그 봉우리까지 단숨에 도달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묘미는 가을철 수확을 해놓고 빈들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흐뭇하였습니다
반환점으로 삼았던 사모바위입니다
이곳을 돌아 응봉능선을 타고 진관사로 내려왔습니다
응봉능선 넘어로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 노적봉이 신비한 자태로 다음산행을 유혹하는듯 했습니다
저 맞은편 능선을 타고 넘어 이제 마주 보는 위치에 서있지만 틀림없는 사실앞에서도 왠지 쉽게 믿기지않는 것은 무슨 까닭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응봉능선에서 바라보는 비봉은 오늘따라 왠지 추위에 떨고있는 외로운 봉우리같았습니다
응봉능선의 아기자기한 코스를 가뿐하게 타고 넘어 하산로에서 만난 소나무 군락지입니다
북한산에서 이처럼 소나무 집단서식지는 흔치않았던것으로 기억됩니다
소나무는 다른나무들보다 더욱 친숙한 나무같아서 숲에서 만나는 소나무길은 그냥 잠시 쉬어가고 싶은 충동을 일게합니다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성산대교를 흘러가는 한강넘어로 아스라히 어둠이 밀려왔습니다
무심히 그 강물들을 지켜보며 독백처럼 나는 다짐했습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세상나들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나를 둘러싼 행복의 주인공들에게 더욱 깊이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취미로 함께 세상나들이를 별 부담없이 즐겁게 할수있는 벗들이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행복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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