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겨울 바람속의 월악산

자연인206 2005. 1. 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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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말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마주보고 망국의 한을 달래고 있다는 미륵사지의 석불입상, 덕주사의 마애불 및 덕주산성 등으로 유명한 월악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여겨졌으며 송계 8경과 용하 9곡이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달이 뜨면 영봉(1,094m)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월악산은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라 일컬어졌고,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이 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되어 와락산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문경 고향마을에까지 인접해 있는 산이었지만 주봉은 한번도 밟아보지못하였던차에 마침 시간이 생겨 답답한 가슴도 풀어버릴겸해서 일정을 맞출수있다는 벗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얼마전 구입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설정을 해둔터라 그 기계만 믿고 수다를 떨며 내려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를 지나치는 바람에 연풍IC로 나와 국도를 타고 월악산을 찾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고속도로를 방불케하는 시골 지방 국도는 너무 한산하여 지독스럽게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가 교통량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암산(布岩山:962m)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부분에 솟아 있으며, 만수봉(萬壽峰:983m)을 비롯해 많은 고봉들이 있다.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되며,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청송(靑松)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고 영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과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덕주골로 가는 초입에는 이처럼 길가에 한창 복원 공사중인 덕주산성을 만나게 됩니다
 

 
지독한 겨울 가뭄을 보란듯이 메마른 계곡이 덕주사 이정표를 을씨년 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산마루까지 이어져있는 수많은 돌탑들을 쌓기위해 아득한 옛날 이름없는 민초들은 얼마만한 수고와 손길로 고생하였을까하는 생각이 미치자 겨울바람만큼 가슴이 시려왔습니다

 

신라의 망국한과 부흥을 염원하고있다는 덕주사의 기원과 유래를 일깨워주는 안내문입니다
 

 
산허리에 - 자형으로 자리한 덕주사 대웅전입니다

 
보물로 지정되어있다는 약사전입니다

 
덕주사를 왼쪽으로 끼고 산으로 진입하기위해 만나게 되는 작은 통나무 다리입니다
통나무 다리의 정겨움은 낮선 월악산길을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보물 제 406호로 지정된 덕주사 마애석불은 월악산 남쪽기슭 덕주사 법당 동편에 위치한 큰바위에 새겨져있다
불상을 새긴 바위에는 목조석실을 만들기위한 구멍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덕주사는 마의태자의 누나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달래며 이곳으로 와서는 자기의 형상을 마애불로 조성하였다고 전해지나 머리가 크고 비만하게 표현된 양식을 볼때 고려시대것으로 추정하기한다고했다
 
 
마애석불을 지나면 시작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자 월악산 암릉의 위용이 이제 제법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하늘을 막아선 바위절벽들이 산세가 얼마나 험준한지를 가늠하게 하였습니다

 
온통 바위절벽투성이다보니 능선으로 오르는 산행로는 대부분 이처럼 사다리같이 아찔한 계단으로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셀수없을만큼 많은 계단을 지나서 가쁘게 가슴을 죄어오는 숨을 돌리며 잠시 멈추어선곳에 바위를 깍아 뚫어놓은 작은 동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누가 언제 무슨 용처로 저렇게 파놓았는지 안내문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인공적으로 파놓은것만은 틀림없어보였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바위절벽 난간의 능선으로 가는 길은 철제빔과 계단이 아니면 쉽지않아 보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는 기분은 짧은 표현력으로는 이루다 풀어놓을수없는 기쁨입니다

 
주봉으로 가는 8부 능선쯤에 올라서자  이제 산세의 위용이 제법 느껴지며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들이키자 계곡로의 답답함이 가셨습니다

 
바위절벽사이에 시린모습을 하고 서있는 고사목 넘어로 월악산의 화려한 암릉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바위틈 양지바른곳에 앉아서 베낭속에 넣어간 간식을 꺼내먹으며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켜보니까 통신이 아주 양호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아주 거세져서 윈드스토퍼도 다시 꺼내입고 주봉인 영봉을 향해 발길을 부지런하게 옮기는데 북쪽 바위절벽 넘어로 충주호가 살짝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로 가는 천국의 계단처럼 아련하게 앞을 막아선 계단입니다
묵묵히 한걸음씩 한걸음씩 계단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산행을 할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고비가 나올때마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그 고비는 흘린 땀만큼 커다란 보람으로 희열로 보상되었기때문입니다

 
어느새 우리가 입산을 시작한 덕주 골짜기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만큼 높은 곳까지 다다른것 같았습니다

 
산골짜기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 소인국의 마을마냥 앙상한 산줄기 밑자락을 따라 아득하게 보였습니다

 
겨울가뭄으로 허리띠처럼 하얀 물띠를 이루고 있는 충주호가 오른쪽 어께 넘어로 보입니다

 
가파른 바위절벽길에서 예상되었던 주봉의 실제 모습은 잿빛 암벽의 모습을 하고 등뒤로 영봉과 중봉이 나란하게 보입니다
 

 
내고향 문경에 있는 주흘산의 모습도 겨울 하늘넘어로 월악산을 마주보며 손에 잡힐듯 우뚝 서있습니다

 
수많은 계단을 딛고 넘어온 산등성들입니다

 
산마루에 올라서 주봉을 향해 가는 능선길에는 싸늘한 북풍이 불어넣은 찬기운때문에 잔설이 녹지않고 그대로 쌓여있었습니다

 
아름드리 밑둥에는 큰 구멍 하나를 열어놓고 하늘을 향해 수많은 가지를 팔벌리듯 하며 서있는 고목주위에도 하얀 눈들은 겨울을 덮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 서식지의 하나로 꼽히는 월악산 정상 주변에는 들짐승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눈속에 발자욱을 남겨놓아 발자욱의 주인공이 무었일지 궁금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주봉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수산리로 가는 코스는 이처럼 깍아지른 주봉의 바위절벽밑을 휘감고 돌아야만 합니다
가파른 그 바위틈새에도 생명의 뿌리는 예외없이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며 혹한의 추위와 맞서며 눈부시도록 푸르른 겨울 하늘을 이고있었습니다

 

영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중봉으로 가는 길목쪽 방향으로 나있는데 그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 이같은 철계단을 수없이 딛고 올라서야만 합니다  
 

 
영봉 위로 올라서면 이처럼 푸짐한 눈밭을 만나게됩니다
언제 내린 눈인지 모르겠지만 거센 바람속에서도 수북이 쌓여있는 광경이 별천지 같았습니다

 
이곳 저곳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가슴벅차게하는 광경들이 카메라 셧트를 자꾸만 누르게 하였습니다

 
영봉 정상에 설치된 안내판에도 눈얼음이 쌓여있었는데 장갑으로 눈을 치우고 담아보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넘어온 구비구비 산마루들이 흐뭇하기만합니다
신록대신 하얀 잔설을 속옷처럼 빈틈없이 입고 있는 월악산의 등성이들이 웅장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북쪽에서 쉼없이 불어닥치는 바람때문에 카메라 샷다를 누르기가 쉽지 않아 몇번만에야 겨우 건진 장면입니다

 
수산리방향으로 앉아있는 중봉과 하봉이 영봉 바로 옆에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있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정상의 칼바람을 이기며 하산하기전 표지석옆에서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한겨울 풍파에도 아랑곳없이 독야청청 멋드러지는 가지를 절벽 바깥으로 내뻗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심술을 부리는지 한참만에야 정지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날 호남지역에는 폭설주의보가 발령되었는데 월악산 자락에는 이처럼 겨울 나무들의 침묵만 고요하게 흘렀습니다
 
 
몇분전 아슬 아슬하게 미끄럼을 이겨가며 올라온 이길을 다시 내려가려는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아마도 정상에서 벅찬감동이 아직 채가시지 않았기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앙상하게 속살을 다 드러내고 파아란 겨울 하늘에 그림처럼 서있는 나무가지들이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하였습니다

 
수직벽처럼 가파르게 나있는 영봉 정상가는 계단은 도중에 몇번은 쉬면서 숨을 돌려야만 할만큼 수많은 계단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산로로 잡은 동창교방향은 월악삼거리를 거쳐야만 하는데 그럴려면 영봉을 다시 돌아내려와야만합니다
그 길 한쪽 절벽위에 서있는 소나무의 운치를 담아보려했지만 서쪽으로 기운 해때문에 생긴 역광과 인접목들탓에 분위기 전달이 쉽지않았습니다

 
월악삼거리에서 동창교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 입구에 있는 작은 바위인데 그 형상이 마치 꾸며놓은듯 자그마한 산맥 형상을 하고 있는 수석처럼 너무 인상적이서 담아보았습니다

 
하산로로 잡은 동창교까지는 이제 2.4킬로미터 남았다고했습니다

 
하산로로 잡은 숲길은 혼자 앞서서 걷기에도 심심하지않을 만큼 아늑한 분위기의 길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처럼 아주 편안한 계단으로 경사를 받치고 있거나

 
산책로처럼 잘 다져진 완만한 흙길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쉬어가려고 산길 한쪽으로 비켜섰는데 마침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남은 간식을 마져 꺼내 먹었습니다

 
산을 모두 내려오자 금줄이 사방으로 둘러쳐진 월악산 산신각이 밑자락에 있었습니다

 
매표소 바로 앞에는 자광사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단청끝에 매달린 풍경이 겨울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영봉이 자광사 처마와 담벽넘어로 그림처럼 멀어져가고있었습니다
불과 몇분전에 구름도 잡힐것같은 저 영봉 꼭대기를 내가 다녀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산을 마치고 다시 올려다본 월악산의 풍경은 마치 꿈을 꾸고 일어난 것 같이 동화속 세상처럼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릴때 잠시잠시 느낀 힘겨움들이 저토록 아름다운 풍경속의 주인공이 나였다는 생각에 미치자 일순간 씻은듯이 모두 달아났습니다

 

 

하산을 한 동창교매표소에서 주차를 해둔 덕주골 매표소까지는 버스가 다니지만 기다리는 시간의 무료함보다는 걸어서 20분정도 걸린다는 공단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보로 이동을 하기로 하고는 길옆으로 흐르는 강변을 따라 동심속의 소년처럼 얼음위에 뛰어도 보고 수석도 고르며 왔습니다


 
하얗게 얼어붙은 강위에 내린 해그림자가 저멀리 월악산에는 아직 미치지 않은것을 보아도 월악산의 높이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수있을것입니다


그렇게 겨울강변과 조용한 지방국도를 번갈어 걸어가며 덕주 야영장을 지나 주차장까지 왔습니다

여행과 산행은 어쩌면 저 굽은 길너머의 세상처럼 늘 새로운 호기심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듯 합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이 길처럼 여행속에서 느끼는 호기심의 보따리도 끝없이 커다랗기만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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