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06 여름 지리산 종주(화엄사~대원사)-2

자연인206 2006. 9. 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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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 산장에서 느긋한 아침을 해결한 다음 다시 베낭을 꾸려 다음 숙영지로 예약한 장터목산장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벽소령산장과 장터목산장 사이에 있는 세석산장까지의 거리가 약 6.3km가량되는 길이어서 중식은 세석에서 해결해야만 합니다.

 

 

새벽길과 진배없는 길을 어느 팬션타운의 동구밖처럼 예쁘게 꾸며진 길을 따라 벽소령 산장을 등지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이리 저리 둘러보면 투박하지만 이채롭기 그지없는 풍경들이 홀로 걷는 산길을 심심치않게 해줍니다.

 

 

신새벽에 내린 아침 이슬이 아직 남아있는 구절초(?) 꽃잎위에서 아침햇살을 받으며 빛나고 있습니다.

꽃잎에 맻힌 이슬을 살짝 털어마시면 온몸에 남아있는 세속의 찌든때도 말끔히 씻길것만 같은 상상이 들게 하였습니다.

 

 

자그마한 바위에는 바람에 실려와 쌓인 한줌 흙속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가 더 많은 자양분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찾아내려가는 모습이 산행을 하며 자연에서 배워야할 삶의 자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돌부리 가득한 산길이지만 그 돌부리를 밟으며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면 산중 고독도 금새 잊혀지고는 하였습니다.

 

 

선비셈에 도착했을때는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요하여 오는길에 흘린 땀도 닦고 물통에 물도 다시 갈아채운 후 베낭을 열어 간식을 하나 꺼내 들자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산새 몇마리가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디카에 담으려고 하는 차에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하며 선비셈 공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칠선봉 자락에는 계곡쪽 조망이 좋은 전망바위가 있습니다.

베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다시 책도 읽으며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자리한 묵은 공기와 교환을 했습니다.

 

 

세석산장 가까운곳에는 영신봉으로 오르는 길에 목재계단을 설치해놓았는데 2박 3일 일정으로 종주를 할때면 이곳  계단을 타는것이 여간 고역이지 않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군데군데 이처럼 등산객들의 휴식공간을 마련해놓아 주변 전망도 구경하며 잠시 쉬었다가 갈수도 있어 참 좋았습니다.

 

 

영신봉 정상 철재 난간에 올라서서 아득해진 출발점의 노고단쪽 풍경들을 감사하는 사이 학생으로 보이는 등산객을 만나 기념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산이 높고 깊은 탓에 기상상태는 예측하기 힘들만큼 진한 구름들이 그 넓은 지리산 자락을 이불처럼 덮었다 걷는것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세석산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들꽃들이 호젓한 산행을 즐기고 돌아가는 동네 어귀로 마중을 나온 가족처럼 반갑기만 하였습니다.

 

 

세석평전에서 촛대봉으로 가는 길목도  잘가꾸어진 어느 명사의 별장 정원을 방불케하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오르막 길의 힘겨움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촛대봉에서 조망한 세석평전의 풍경입니다.

봄이면 붉은 진달래로 빼어난 풍치를 자랑하다가 여름이면 신록으로 싱싱함을 뽑내고 가을이면 황금색 사자갈퀴같은 들풀들이 바람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일렁이는 모습이 계절별로 생생하게 되살아 났습니다.

 

 

촛대봉 정상에서 고개를 돌리면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의 위용이 저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에 닿은듯 우뚝 서있는 천왕봉은 장난스러운 구름들이 커튼 처럼 가렸다 열었다 반복하며 그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천왕봉 정상에서 폭포처럼 희끗한 형상은 지난 여름 장마때 발생한 산사태의 상흔이라고 합니다.

 

 

장터목산장으로 가는 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길중의 하나라고 감히 이름  붙일만한 곳입니다.

청색배낭을 메신 할아버지를 저만치 앞세우고 묵묵히 뒤따르는 할머니의 붉은 베낭모습까지 더해서 청실홍실 백년회로의 진면목을 보는듯 했습니다.

 

 

장터목 산장 마지막 고개입니다.

이곳의 전망도 절경이어서 반드시 한번쯤 바쁜 걸음을 멈추고 한숨 돌리며 둘러보고가도 좋은 곳입니다.

 

 

맨뒤로부터 천왕봉과 제석봉 그리고 그 밑자락에 장터목 산장의 지붕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이국적인 고사목을 지나서 봉우리를 넘어서면  반가운 산장이 피곤에 지친 나그네들을 맞이합니다.

 

 

산길에서 쉽게 발견할 수있는 풍경중의 하나가 이렇게 흙을 파헤쳐놓은 모습들인데 이것은 멧돼지들이 밤새 먹이를 찾은 흔적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발자욱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지리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장터목 산장풍경입니다.

봉우리사이에 건축된 산장이어서 여름이면 골바람으로 무척 시원하지만 겨울이면 그 바람끝이 여간 매섭지 않습니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을 해먹기도 이른 시각이어서 베낭을 벗어놓고 왕복 3.4km에 이르는 천왕봉을 다녀오기위해 제석봉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50년전 까지만 해도 이곳 제석봉 산길은 하늘이 보이지않을 만큼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여있었는데 도벌꾼들이 그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이렇게 황량한 들판처럼 당시의 상처를 고사목만이 증언하며 서있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석봉을 넘어서면 이제 천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천왕봉과 마주하게 됩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기위해서는 반드시 이곳 통천문을 지나야만 합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문을 지날때는 누구던 머리를 숙여야만 안전하게 지날 수 있어 천하 제일 천왕봉을 오를때만큼은 겸허한 자세를 지녀야하는 곳 같아 보였습니다.

 

 

통천문을 지나 이곳 철제 계단을 지나면 천왕봉 정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목재 난간이 있습니다.

하늘끝에 다다를수있는 계단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천왕봉 정상입니다.

한가로운 정상에서 남들처럼 정상표지석을 앞뒤로 한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보았습니다.

 

 

천왕봉 정상 중봉방향 절벽위에서 발견한 무지게입니다.

천길 낭떠러지같은 절벽 아래 계곡위로 연신 오가던 구름을 뚫고 반원형 무지게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천왕봉에서의 흥분을 가슴에 담고 다시 장터목 산장으로 내려와 저녁식사를 하며 일몰을 즐겼습니다.

날씨가 흐려 완전한 형태의 일몰과 노을의 장관은 보지못했지만 그리 아쉽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3시30분

알람처럼 눈을 떠서 전날 저녁에 지어놓은 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끓여 게눈감추듯 먹고 다시 천왕봉 일출을 보기위해 서둘러 짐을 챙겨 다시 올라갔습니다.

 

 

일출 장관을 기다리는 사이 새벽 여명속에 피어 오른 운해를 즐기는것도 천왕봉  새벽 등정의 묘미였습니다.

 

 

아쉽게도 일기상태가 좋지않아서인지 아직은 덕을 쌓은것이 부족해서인지 이번에도 끝내 일출을 보지못하고 하산을 하여야만 했습니다.

망망대해의 무인도처럼 총총이 운해위에 떠있는 산자락을 배경으로 천왕봉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기념사진으로 남기고 중봉을 거쳐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천왕봉을 내려와 쎄리봉과 중봉을 넘어 하산길에 올려다본 천왕봉(좌측)과 중봉입니다

 

 

치밭목 대피소에 잠시 들려 세수도 하고 잠시 쉬면서 라면을 하나 끓여 먹은 후 반달곰 복원팀들의 분주한 활동을 지켜보다 내려왔습니다.

 

 

요란한 물줄기 소리를 뿜으며 떨어지는 무재치기 폭포입니다.

이곳에 잠시 들려 샤워도 하고 옷에 찌든 땀도 헹구며 한참동안 여유를 부리다 다시 하산길을 재촉했습니다.

 

 

 

지루한 하산길이 끝나자 대원사방향 하산로에서 만나는 첫마을 유평마을 민가풍경입니다.

민박과 벌꿀 간단한 식사까지 취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원이 풍부하고 물이 맑기로 유명한 유평계곡입니다.

가족들과 꼭한번 휴가를 즐기러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천혜의 절경이었습니다.

 

 

신라시대 창건되었다가 임진왜란과 6.25동란때 불에 타버린것을 70년대에 새로 복원하였다고 하는 대원사 경내 풍경입니다.

대웅전앞에서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 계시는 불상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욕심같은 소원을 구하고 왔습니다.

 

 

버스 정거장까지는 대원사에서 약 2km정도를 더 걸어내려가야만 합니다.

종주기간내내 초췌해진 모습을 길가 반사경에 비추어보았습니다.

얼마만에 접하는  거울인지 생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길만 돌아 내려가면 이제 다시 문명으로 연결해주는 버스 정거장 매표소가 있습니다.

길을 떠날때의 흥분처럼 다시 길을 돌아갈때의 마음이 활력을 갖지못하는 까닭은 무었인지 모르겠습니다.

반가운 가족들과 지인들을 다시 만날수 있음에도 ...

끝이 보이는 길에서 얻는 위안은 어쩌면 새로  도전하여 희망을 찾을 수있는 용기가 있을때 얻게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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