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에 입시준비로 지친 뚤째딸을 쉬게 해주겠다며 농장에 데리고 간 적이 있습니다.
도시의 빌딩숲속에서 빡빡한 학원일정으로
새벽달 아래 집을 나가면 저무는 달을 보며 다시 밤이 깊어야만 집으로 돌아오는 다람쥐 채바퀴같은 입시생활을 벗어던지는 길이었어니 얼마나 설레였겠어요...
간만의 나들이에 한껏 들뜬 딸과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도착한 산중농장은
한마디로 믿기지않을 만큼 참담(?)한 풍경이었습니다.
샘터와 화장실은 어디로 날라가서 흔적도 안보이고
주방겸 다목적실로 이용되던 대형 천막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나무에 걸려서 궁색한 살림살이와 나뒹굴고 ....
자연속에서 하룻밤 영화같이 편안하게 힐링을 즐기는꿈을 꾸며 온 딸래미는
그 어린 마음에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발적으로 수습작업을 시작해
산중 농장에 머무는 동안 연일 뜻하지않은 재해(?)복구 노역을 잔뜩하고 돌아갔었지요. ㅎㅎㅎ
그후 복구를 무사히 마치고
그런 재해를 되풀이 하지않으려고
이제는 왠만하 비바람은 물론이고 그 어떤 폭풍이 몰려와도 끄떡없는 통나무황토농막을 시공해놓고
올해에 다시 또 그 딸래미랑 함께 부녀간의 힐링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농장에 도착하자말자 얼마전까지 둘째가 집에서 안고 기르던 고양이 안부를 확인하려고 달려갔는데
그사이 훌쩍 성장하여 풍산개들의 공격을 피해 저렇게 나무위에 올라가 피신을 해서는 야옹~야옹~하고 있었어요.
고양이가 어미로부터 교육을 받지못했음에도 이렇게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안심이 되었어요.
농장에 도착하자말자 요즘 한창 수확중인 홍고추와 메밀 전초로 발효액을 담아놓았어요.
풍산개 가족들도 마당에서 뒹굴 뒹굴하며 사람 주변을 떠나지않고 있어요
이제 겨우 4달 밖에 안된 사랑이는 벌써 모견인 다루랑 덩치가 비슷해졌어요.
태양열 전기철책으로 고라니와 멧돼지 억제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는데
들쥐와 두더쥐 피해는 속수무책이어서 예방책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 바람개비를 재활용 PET병으로 만들어 설치해보았어요.
때이른 가을장마 탓에 날씨가 변덕이 심할뿐만 아니라 일교차까지 심해서
새벽녁에는 짙은 산안개가 해뜰때까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습니다.
이번주에는 딸래미 힐링이 주 목적이었기때문에 왠만한 작업들은 가급적 자제하기로했지만
더덕심기는 비온뒤 땅이 무를때하는게 좋을듯하여
새벽 일찍 딸래미가 잠자는 시간에 괭이로 흙을 파 일구면서 골을 내어놓고 심을 준비를 했어요.
시끄러운 관리기 엔진소리도 싫고 직접 땅을 파면서 땀도 흠뻑 흘려보고싶어 시작했는데
다행히 젖은땅이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마루와 사랑이 부자는 주변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곁을 지켜주었어요.
늦잠을 자고 일어난 딸래미는
대견하게도 더덕심기를 끝까지 도와주어 예정보다 일찍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었지요.
평화로워야할 태교기간에는 이런저런 부족함으로 온전한 태교를 해주지못해서
그렇게 울보에다가 발육부진을 보이던 유년기에는
마음이 편치않았었는데
다행히도 잘 자라주어서 이제는 확연하게 숙녀티가 날뿐만아니라
여러모로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것을 보면
사려깊은 배려심까지 보여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귀가하는길에 둘러본 이외수 문학관 방명록에 남긴
"다음에는 가족4명이 모두 함께 왔음좋겠다"는 메시지에서는
아직은 해맑은 여고생의 소박한 꿈이 묻어나더군요.
짧았던 2박3일간의 숲속 농장 여행기간동안
그져 숲속에서 맑은 계곡물과 공기만 먹고 마시며 지냈을뿐인데도
사춘기 둘째딸의 얼굴에 자욱하던 여드름과 피부 트러블이
말끔하게 사라져 자연치유의 놀라운 힘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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