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우리

폴리페놀의 효능과 효과

자연인206 2013. 7. 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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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건강보조식품이 아니더라도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식품들이 많다. 동네 SSM(Super SuperMarket)같은 곳부터 조그마한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폴리페놀이 들어있어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 광고하는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상품 종류 또한 다양해서 와인이나 차는 물론이고 과자나 초콜릿에도 폴리페놀과 관련된 광고 문구를 찾아 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름난 성분만 따로 모아서 폴리페놀 건강보조식품으로 팔기도 한다.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면 폴리페놀이 들어간 것들을 골라 먹으면 그만이다. 다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 우리들의 소중한 지갑을 생각하면 여기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항산화제나 폴리페놀이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일까?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 녹차에 많은 폴리페놀인 카테킨.

 

 

 

 ◆ 폴리페놀이 뭐지?

 

 일단 폴리페놀에 대해 설명해 보자. 폴리페놀의 영어 철자는 polyphenol 이다. 분해해보면 poly + phenol, 즉 페놀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페놀이란 이 이름, 왠지 낯설지 않다. 페놀은 낙동강페놀오염사건을 발생시켰던 그 페놀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위험하고 건강에 나쁜 분자가 떼로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원래 페놀은 벤젠의 수소원자 중 하나가 하이드록시기(-OH, 히드록시기, 수산화기)로 맞바꾸어진 화합물이다. 폴리페놀은, 페놀이 많은 게 아니라 -OH로 치환된 가지를 많이 가진 벤젠 화합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벤젠()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자면, 벤젠은 탄소 6개 수소 6개로 이루어진 고리형 탄화수소이다. 벤젠은 흔히 유기용매로 쓰이는데, 육각고리모양과 공명구조 덕분에 극성이 거의 전혀 없기 때문에 아주 좋은 비극성 용매(유기용매)다. 이런 벤젠에서 2개 이상의 수소(H)가 하이드록시기로 맞바꿔진 구조를 포함하는 화합물이라면 모두 페놀이라 할 수 있다.

 아래 페놀 그림을 참고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 페놀. 육각형 고리 내부의 이중결합은 균일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원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OH부분이 없다면 벤젠이다.

 

 

 

◆ 폴리페놀이 왜 몸에 좋지?

 

 이제 왜 폴리페놀이 몸에 좋은지 알아보자.

 폴리페놀의 광고 문구를 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말이 노화방지와 발암억제다. 2가지 서로 다른 특성이지만,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방법은 사실 같다. 폴리페놀의 한 가지 성질이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폴리페놀이 노화를 방지하고, 발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이유는 폴리페놀이 라디칼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라디칼은 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고 있는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분자나 원자 간에 결합을 형성할 때는 각각 전자를 1개씩 내놓아 사이에 전자쌍을 만든다. 이 전자쌍이 곧 결합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짝짓지 못한 전자(홀전자)라고 하면, 이는 곧 결합을 하지 못한, 결합하고 싶어하는 전자와도 같다. 짝이 없이 솔로인 사람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솔로인 전자들은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타기 때문에, 심지어 신부(또는 신랑)를 다른 분자에게서 뺏어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짝짓지 못한 전자는 결합을 형성하려는 힘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몸속의 다른 원자들, 이를테면 DNA 같은 분자를 공격하여 강제로 결합한다. 강제로 결합된 분자(공격당한 분자)는 원하지 않는 혹(공격한 분자)을 하나 더 붙인 셈이다. 그 혹 때문에, 공격받은 분자는 구조와 형태 등이 바뀌게 된다. 호미가 삽이 하는 일을 할 수 없듯이, 구조가 바뀐 분자는 그의 원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그 분자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분자이거나, 중요한 분자더라도 예민한 자리에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큰 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분자가 우리 몸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DNA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오류가 있는 설계도로 만들어진 단백질들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단백질의 미시적인 오류는 곧 거시적인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노화와 암이다.

 우리는 몸이 부분적으로 닳거나 손상된 것을 노화라고 부른다(늙는다는 개념과는 차이를 두자, 어린 사람들도 몸의 노화가 일어나지만, 그만큼 회복하는 속도가 빠를 뿐이다). 그리고 세포의 죽음 알고리즘이 삭제되어 계속 분열하는 세포는 악성종양, 즉, 암이라고 부른다.

 

 

 

◆ 라디칼을 없앤다고? 어떻게? 

 

 그렇다면 폴리페놀이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라디칼을 없애는 것일까? 폴리페놀은 라디칼과 자신이 결합하여 라디칼을 없앤다. 비유하자면 왜장과 함께 진주 남강으로 몸을 던진 논개라고나 할까.

 라디칼이 불안정한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짝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폴리페놀은 이런 라디칼에게 짝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혼자여야 다른 혼자와 짝을 맺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폴리페놀도 라디칼이었던거 아니냐고?

 폴리페놀은, 벤젠에서 하이드록시기로 치환된 가지를 가진 분자라고 위에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벤젠은 굉장히 놀라운 특성을 가진 분자다. 벤젠 그림에서 보이듯이(페놀 그림으로 들어가 있지만, 가지가 치환되었을 뿐 VSEPR을 따르자면, 고리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페놀 그림을 참고해도 좋다), 고리의 이중결합은 1,3,5번째 결합에 있는 것과, 2,4,6번째 결합에 있는 것은 완전히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고리의 이중결합은 한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6개의 결합 모두에 반 정도씩 분포한다고 해석한다. 그 해석에 기인해서 나온 구조식이 바로 육각형 안에 동그라미가 있는 구조식이다.

 이 동그라미가 바로 라디칼 흡수의 주역이다. 결합에 묶여 있는 전자들과 달리, 동그라미에 있는 2×3=6개의 전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런 자유로운 전자들이 라디칼의 짝짓지 못한 전자와 만나 짝을 지어 주는 효과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새로운 짝을 짓게 되면 또 다른 전자 1개가 남을 수 밖에 없으므로 새로운 라디칼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그 폴리페놀이 새로운 라디칼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홀전자는 자유로운 전자들, 다시 말해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전자들과 짝을 짓는 효과를 받게 되는데, 돌아다니는 범위가 넓은 전자는 안정하다.

 왜 안정한지를 설명하고 싶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슈뢰딩거 방정식과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더 많은 구조 사이를 옮겨 다닐 수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낮고, 따라서 안정하다고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요약하자면, 폴리페놀이 몸에 좋은 이유는 라디칼을 잡아먹기 때문인데, 강한 반응성으로 우리 몸의 분자들을 공격하는 라디칼을 폴리페놀의 남는 전자를 통해 잡아먹어 버림을 통해 발암억제와 노화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폴리페놀 함유식품을 사러 가기 전에 잠깐

 

 폴리페놀 식품이라 광고하는 것 중에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혈액순환이 개선된다느니, 기억력이 좋아진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제품들이 있다. 위의 정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벤젠에 하이드록시기만 많으면 폴리페놀이기 때문에 아주 많은 분자가 폴리페놀이라 불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어떤 것은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폴리페놀의 일반적인 특성이라 하기는 힘들다.

 

 또한 폴리페놀은 그렇게 특별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폴리페놀이자 플라보노이드(식물색소)이며 파이토 케미칼(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합물의 총칭)인 안토시아닌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안토시아닌은 항산화효과가 뛰어나며 인체에 해가 없다고 알려진 물질 중 하나로 건강보조식품 등의 광고에 많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안토시아닌은 그런 건강보조식품이나 안토시아닌을 함유하였다고 광고하는 식품들 뿐만아니라, 보라색계열의 채소나 과일(포도, 자색양배추, 블루베리 등)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화합물이다. 폴리페놀함유라 비싸게 파는 식품들도 좋을 수 있지만, 포도 한송이, 양배추 샐러드 한 접시를 식탁에 올리는 것도 폴리페놀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 편의점의 초콜릿 한통에서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까지

 

 편의점의 꿈카카오 초콜릿 한통에서 시작해서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인 양자역학까지 볼 수 있듯이, 과학은 언제나 우리 옆에 있다. 심지어 그것이 양자역학과 같은 분야일지라도. 그리고 그런 것들을 아는 만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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