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초우리

서울 약령시장에서 만난 늙고 병든 약초상의 탄식

자연인206 2015. 11. 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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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급기야 전통 약재시장까지 얼어 붙게 하나봅니다.


 

 

수도 서울의 최고 약령시장으로 알려진 제기동에도 한파는 예외가 아닙니다.

 


효사모 약초몰 오픈준비로 수차례 방문하던차
오늘은 가게문을 닫은채 때묻은 유리창 너머로 손님을 기다리는 노회한 영감님이 예사롭지않게 보여서 일부러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43년째 이곳에서 약초판매를 하셨다는 영감님께서는

중졸학력으로 이곳에 들어와 몆해만에 집도사고 자식들도 모두 공부시켜 출가시킬만큼 약초시장 경기가 그렇게 좋았다고 합니다

영감님의 명성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약령시장에서 소문난 토짜(자연산 토종약초)전문이어서

유명 한의대생들의 현장교육과 개업 한의사들의 단골 거래처였었다고해요


그런 영감님에게 지옥같은 불황이 찾아오기시작한것은 불과 7~8년 남짓...

약령상가네 약초 상인들이 주로 담당하던 한의원을 상대로한 약재 직접 납품은

관련법이 강화됨에 따라 원천 차단되기 시작하면서
대다수의 상인들이 가게문을 닫고 떠나기 시작했다고합니다.

그렇게 영감님의 천직이었던 약초 가게는
낙조처럼 쓸쓸하게 기울어가는중이랍니다.

묵을수록 좋다는 약초와 저울은 얼마나 오래동안 주인의 손때를 못탔는지 여기저기 뒹굴고
계산대가 놓인 책상에는 먼지가 자욱했어요.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늘한 날씨였지만
난로불도 안붙이고
앉은뱅이 간이 의자에 꼬부려 앉아서

전통산업을 육성하지않은 정부탓이라며 연신 비난을 쏟아내셨어요


 

업친데 덥친격으로 지병에 노환까지 겹쳐 피같이 귀한 토짜 약초들과 가게를 내놓고 새로운 임자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시네요.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시냐고했더니
집에서 싸온 도시락 봉지를 들어 보이시고

자제분중 가업을 이어나갈분이 안계시냐니까 고개만 절래절래 흔드셨어요.

함께 쪼그리고앉아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다며 명함을 건네자
잘되었다며

당신 약초는 당신이 직접 채취하고 골라서 장만해놓은 토짜여서 약성이 좋은데

요새는 장사꾼도 소비자도 온통 싼것만 찾아서 안타깝다고...

그러면서 시세보다 잘 쳐줄테니 처분 좀 해달라시며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에 물목을 적어주시내요 ...
 

 

약초는 다 임자를 타고 난다고했으니
우리 효사모님들께 소개해서 좋은 임자분들을 한번 찾아드려야겠어요.

이렇게 어려울때는
근사한 서울의 번쩍거리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만 고집하기보다
사람냄세나는 사연과 인정이 숨쉬는 재래시장을 종종 애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제기동 약령시장은 지하철역 2번출구에서 연결되는데
지하철 게이트 입구에는
각종 볼거리가 잘 정돈되어있어서 남녀노소 함께 둘러보며 소일하기에도 매우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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