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 효사모몰 세팅작업때문에 업무가 너무 밀려서
해거름에서야 다다른 북한강 최상류 산촌마을 위로 산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산중 오두막을 홀로 지키며
이제나 저제나 서울에 다니러간 아들 오기만을 기다리셨을 노모께서는
해가 저물어도 인기척이 없자
일찌감치 차가워진 저녁 산바람을 피해서 농막으로 들어가셨네요
이날따라 차량용 밧데리로 사용하는 LED 주방등이 무슨 이유때문인지 고장나서 램프로 불을 밝히고 늦은 요기를 해결합니다.
산중에서 긴밤을 지새고 일어나 보았더니
산더미처럼 쌓인 끝도 없는 들일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침부터 가을을 부르는 비가 종일 추적거리며 내려서 마음을 심란하게 하네요
수확기를 놓친 토종여주는 절로 껍질을 열고 예쁜씨앗을 출가시키고 있어요
백수오 씨방도 고운 자태로 가을을 품고 있습니다.
요행히 들쥐 먹이를 면한 호박 한개가 올해 마지막 햇호박 부침을 해먹을 수 있게 해주네요
배추와 무우는 이제 완전히 숲속밭에 뿌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돼지감자 발효액+매실발효액+목초액을 혼합해 만든 천연 해충기피제만 1주일에 한번씩 뿌려주는데
이정도면 올해 산중에서 길고긴 겨울을 날 동안 먹을 김장은 걱정없을듯하지요 ㅎ
수확기에 이른 오미자를 따다보니 살충제를 포함한 일체의 농약을 치지않았더니 군데 군데 벌집이 있어요 ㅡ,,ㅡ;;
멋모르고 손을 집어넣었다가 여러방 벌침선물을 받았네요
자연재배에 도전한 초보농군이 숲속에 오미자밭을 1천여평 일구어
만 3년만에서야 수확이랍시고 얻은 오미자는 이렇게 7kg씩 세번을 따왔으니 모두 합해서 20kg 남짓된 셈이지요.
삼복더위에 8남매를 순산해서 그새 두달이 다되어가다보니 새주인이 나타나면 하나둘 출가를 시키고 있는데
이번주면 모두가 다 어미곁을 떠나갈 것 같아요...
녀석들이 한번 몰려다니기 시작하면 마당이 온통 하얀 눈이 내린듯 정신이 없었는데 ...
다시 고요한 적막을 되찾을 마당을 보며 녀석들이 오래 동안 지워지지않겠지요.
누렁이가 된 저녀석은 담이 얼마나 좋은지 밤낮으로 부모견을 따라 숲으로 다녀서 뽀얀털이 저리되었어요 ㅎ
부견 마루는 강쥐들이 이쁜짓을 여간해도 관심이 없고 그져 자기 놀 궁리만 하는 마마보이입니다.
비록 개와 사람으로 만나 이 깊은 산중에서 두달여동안 정이 들었는데
기약없이 떠나보내다보면
이것도 참 못할짓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임기가 되면 임신을 못하게 훼방도 놓아보지만 그것도 자연의 순리인지 쉽지가 않습니다.
예쁜 저 강쥐들이
부디 후덕한 새주인 잘 찾아가서
사랑 듬뿍 받으며 사는동안 오늘 이 숲속에서의 짧았던 삶을 추억하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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