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던 오지 산중농장에
우리 효사모님들 백여명이 지난주에 남겨두고 가신 추억과 여운을 되짚으며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가을을 만끽하며 한주를 보냈습니다.
호랑이에게도 물러서지않는다는 풍산개 아빠와 붕어빵~아들입니다. ㅎㅎㅎ 너무 똑같지요?
몸보신을 시켜주려고 생닭 몇마리를 사가면서
함께 얻어간 부산물을 나눠주었더니 아가들까지 한덩이씩 물고 서로 차지하겠다며 ㅎㅎㅎ
아직은 모유랑 사료를 함께 먹는데 한창 말짓을 시작하네요
근데 완전 개판(?)이지요?
풍산개 암컷 다루에게 혼줄이 한번 났었던 구름이는 이제 농장생활에 완전 적응해서
들쥐 소탕임무는 완벽하게 소화할뿐만 아니라 숲속 나무를 놀이터 삼아 재주를 참 잘 부린답니다.
몇일전까지만해도 세력좋던 풀나무들의 기세는 완전히 꺽인 모습이 완연합니다.
주능선쪽 봉우리 빛깔은 이미 잿빛으로 바뀌었어요.
활엽수, 침엽수 구분없이 신록의 잎사귀들은 바람결에 낙엽이 되어 가을의 시계를 따라 생명의 바탕인 흙을 향해 고향을 찾아오듯 되돌아와 쌓여갑니다.
올 한해 싱싱한 맛을 선물해주던 토마토도 거의 끝물이 되어가고 들깨도 초보 농군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결실을 선물해줍니다.
나뭇잎들이 떨어지면서
돌배나무 아래에 숨겨져있던 말벌집과 소나무숲입구 돌무덤속에 있던 장수 말벌집이 드러났어요.
전문 킬러(?) 하얀까치님께 퇴치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마침 주말에 방송촬영이 예정되어있어서 잘되었다고 하시네요 ㅎ
마지막 가지에 메달려있던 돌배가 떨어진것을 줏어모았더니 근 20kg가까이 되어 지난번에 담은 10kg까지 합해
올해는 돌배 발효액 풍년입니다.
생리통에 특효로 알려진 노박 열매도 노란 껍질을 벗고 빨간 열매를 토해내려고 하네요
너무 늦게 심은데다가 멧돼지가 침입해 난장판을 치는 바람에 올해 김장배추는 직접 생산한것으로 담기 어려울것같아요.
다행히 무우는 어찌 어찌하면 맛볼수있을듯도 한데 ...ㅎ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찬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 군불을 잔뜩 지펴놓았더니 새벽녁 창가에는 온도차로 습기가 자욱하게 끼였어요.
한낮 최고 기온 12도 밤새 최저온도는 4도를 기록할 만큼 산중의 기온은 싸늘해져갑니다.
월동 준비차 쓰러진 나무를 하러 들어간 숲속에는 형형색색 단풍이 한창입니다.
나뭇짐을 안전하게 져 나르려고
계곡의 흔들리는 돌다리를 정리하며 보니까 도롱룡(?)이 떠억하고 인사를 해 서로 깜짝 놀라서 ㅎㅎㅎ
작업을 하다가 흘린 땀만큼 갈증이 날때마다 계곡물로 목을 축이는데 물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군불의 따스함으로 온돌의 행복을 만끽하기위해서는
숲속에서 쓰러진 나무를 찾아내 토막내고 또 그것을 져다 차량으로 옮겨 나르고 캠프에다 정리하여 쌓아놓고 말리면서 장작을 패는 수고가 있어야만 되지요.
이 모든 작업의 댓가로 주어지는 장작불은 산중 농장에 머무는 동안 쌓인 피로를 밤새 말끔히 풀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이렇게 앞으로 몇차분량의 나무를 더 해다 놓아야만 긴 겨울동안 걱정없이 지낼 수 있기때문에 당분간 나무꾼 소임에 충실하려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