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촌리 이장님으로부터
전봇대 이전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기쁜 마음에 신새벽길을 나서 농장으로 올라가는 마을 초입에 다다르자
그동안 급커브 구간에 서 있어 통행에 장애를 유발하던 전봇대를 옮기기위해 전신주를 옆에 새로 세워놓은것이 보였다.
몇일후면 기존의 전선을 새로운 전신주로 옮긴 다음 저 전봇대를 뽑아 옮기게 되겠지요.
대통령까지나서 전신주 하나를 옮기는데 관여할 정도로 보수적인 행정을 하는 나라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효사모 농장 통행길이 불편하지않게 해주시겠다며 동네 이장님이 나서면서 불과 몇달만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어 너무 다행인듯합니다. ㅎ
이제 저 전신주와 비포장 도로가 포장도로를 깔며 효사모 농장까지 이어지는 날을 고대해봅니다.~^&^
농장에 올라가서 제일먼저 반갑게 맞이하는 마루와 다루를 챙긴 후 농막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놓고 농장을 한바퀴 둘러봅니다.
아직 눈이 쌓인 진입로는 지난주와 마찬가지여서 차를 세워놓고 짐은 들고 올라가야했지요
오미자 농장에는 멧돼지들이 한바탕 놀고 갔는지 밭을 여기 저기 파 뒤집어놓았습니다.
샘터는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였는지 지상으로 노출된 급수관이 얼어터진 자리에는 얼음꽃이 예쁘게 피어있더군요.
취수원 부근에 몇해전 쓰러진 소나무를 엔진톱으로 잘라놓은것을 한짐 져다 장작을 패는 동안
마루와 다루의 장난질은 그치질않았습니다.
온통 작업거리다보니
겨우내 쉬다 찾은 농장에서 무었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막막하여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었어요
일단 가볍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지난주에 작업을 하다 만 입구쪽 버드나무 주변 잡목 정리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샘터 옆 박달나무 고목아래 묻어둔 항아리는 이제 자리를 잡은듯하지요
양지쪽 농장풍경들입니다.
이제 겨울의 시린 바람끝에서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지요?
저곳에 이제 효사모님들이 한눈에 쏙쏙들어오게하는 각종 산야초들을 정연하게 재배치하는 작업을 시작하려합니다.
어둠으로 뒤덮인 산중농장에
보름달은 아니어도 제법 찬 달이 휘영청 밝은 빛으로 어둠을 품은 밤이 오자 기온은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농막 구들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놓았던 밥솥을 열어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릴적 고향추억을 동무삼아 초저녁 꿈길로 여행을 시작했지요.
동녘에 해가 떠오르자 천지를 가득채우며 우짖는 산새소리들이 교향곡처럼 농장을 감싸고
얼음처럼 차가운 성애들은 피크닉 테이블이며 화물차 유리창에 하얗게 버티고 있어요
이런 저런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식사 후
농장 주변 숲속으로 마루와 다루를 앞세워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저만치 앞서나가는 마루와 다루는 눈깜짝 할 사이에 이능선 저능선을 홍길동처럼 뛰어 다닙니다.
양지쪽에는 어느새 둥근털 제비꽃이 제일 먼저 봄인사를 하며 만개를 했고
생강나무도 만지면 톡하고 터질듯한 꽃망울을 간직한채 매달려있습니다.
고사목 한쪽에는 운지버섯이 자글자글 매달려 있고
수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적송은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봄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약성을 전해주기를 기약하며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입한 씨종좋은 산양삼씨를 숲속 이곳저곳에 보험들듯 뿌려주다가 만난 연리목입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ㅎㅎㅎ 이렇게 다정하게 공생하는 연리목 보신분 계신가요?
농장 초입에 버티고 서있다 쓰러진 버드나무 고목 주변의 잡목을 제거하는 작업을 이번주에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끝이 없을 만큼 무성하게 우거진 다래며 칡넝쿨이 언제쯤이나 작업을 끝낼수있을지 답답하게 버티고 있지요
간만의 작업으로 기진맥진한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루와 다루는 장난질에 열중인 한낮에
체인톱을 꺼내서 무딘 날을 갈아봅니다.
첫날은 재래식 톱으로 작업을 해보았더니 도무지 능률이 오르지않아서 ...ㅠㅠ
석창포 모종을 습기가 많은 장소 몇군데에 이식해놓고
전날 엔진톱으로 토막내놓은 야채밭 초입의 잡목과 덤불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끝이 보이지않던 이 작업도 몇시간동안 품을 팔았더니 제법 정리가 될 기미가 보입니다. ㅎ
아무리 치워도 정글처럼 그대로 우거져 있던 다래와 칡덩굴이 징글 징글합니다. ㅡ,,ㅡ;;
급한일이 있어 사무실로 출근을 하기위해 새벽같이 채비를 했습니다.
특별한것은 없지만 낮선 불청객을 대비하기위해 열쇠를 채우고 올려다본 하늘 ...
하늘이라는 세계를 놓고 서로 적당하게 자리를 내주며 공존하는 나무들처럼
우리들 삶도 그렇게 더불어 공유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근데 사진을 찍고 ㅎㅎㅎ 열쇠는 그대로 달아놓고 왔어요 ㅠㅠ
하산을 하며 보니까 단 나흘만에 하얀 겨울같았던 진입로가 이렇게 새생명을 맞는 봄으로 바뀌었어요.
이제 2013년의 봄이 시작된것이지요.
추위로 웅크렸었던 어깨를 활짝펴고 새생명과 희망을 노래하며 박차고 나가도 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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