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어머니처럼 포근하기만한 지리산 길을 홀로 나섰습니다.
혼자서 거니는 저에게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무슨 재미로 혼자 산행을 하느냐고...
저는 웃기만 합니다. ^&^*
혼자서만이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사색과 자유를 함께 하는 자체에 위안과 기쁨을 누리는 분께 몇마디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기때문입니다.
☞ 스피커를 켜놓으시면 지리산(안치환) 배경음악을 함께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영등포역에서
10시 53분에 출발하는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는 눈발이 날리는 철길을 달려 새벽 3시20분경 구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지난밤에 내린 눈때문에 성삼재를 오가는 버스가 끊긴탓에 화엄사코스로 사람들이 몰렸는데
대부분 초행길이신분들이어서 뜻하지않게 길잡이가 되어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뚫고 노고단까지 러셀을 하였습니다.
이 구간은 노고단까지 약 8km가 단 1m도 내리막길의 여유를 누릴 수 없는 오로지 오름만이 있는 최악(?)의 코스입니다.
여기를 들머리로 잡을 경우 배낭은 가장 무거운 상태이니 더 더욱 힘겨운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화엄사길를 따라 성삼재에 올라서면
화엄사 계곡방향으로 전망대가 있는데 눈발이 어둠을 밀어낸 자리에 하얀 구름이 가득차 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가볍게 아침을 지어서 먹고 곧장 길을 나섰습니다.
해지기 전까지 약10km를 더 걸어야만 일박하기로 예약된 연하천 산장에 다다를 수 있기때문입니다.
노고단에도 눈보라가 거세서 잠시 여유를 즐길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지리산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는 임걸령에서 약수 한모금은 필수입니다.
노고단에서 최소량의 물을 갖고 출발해도 이곳에서 다시 넉넉히 보충할 수 있어서 종주 산행하는 분들에게는 오아시스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걸령을 지나면 빨치산 전남도당 비트가 자리했었다는 반야봉 길목 노루목 삼거리가 나오고
곧장 삼도봉(경남,전남,전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화개재에 다다르면 지금은 폐쇄된 뱀사골대피소가 있습니다.
마치 처녀지를 걷듯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눈속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바람이 쓸어다 놓은 눈밭에서 길찾기 숨박꼭질을 하면서
선구자,선각자,선생님,선배님하고 무심히 부르면서도 그 소중함을 미쳐 몰랐던 지난날들에 대해 깊은 뉘우침을 하게되었답니다.
누군가 앞서 만들어 놓은 길을 그져 편안하게 따라 가는것이야말로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야하는 일인지 ...
토끼봉을 지나 명선봉을 향해 가는 길에는
산림훼손을 방지하기위해 공단에서 아주 길다란 나무계단 길을 만들어 놓은곳을 꼭 걸어야만 합니다.
그 계단 숫자가 지친 날에는 마치 무한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곳이기도 한데 이번에 내려가며 한번 세어보았더니 자그마치 550 계단이나 되었습니다.
산행로를 가로 질러 쓰러진 고사목에는 편상황버섯이 예쁘게 자라고 있었는데 아무도 따가지 않아서 저도 구경만~^&^
눈때문에 길이 끊긴 구간이 많아 해지기전에 숙소에 도착하려고 서둘러 오느라 반야봉을 들리지않았더니 1박을 하기로 한 연하천 산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습니다.
연하천은 지명에서도 느껴지듯 지리산에서 물사정이 가장 좋은 곳중의 하나인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안마른다고 하지요
종일 휘몰아치던 눈보라에도 연하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무수한 별빛들을 즐기며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 느즈막히 2박을 하기로 예정된 장터목 산장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눈보라는 나무뿐만이 아니라 바위까지도 하얗게 얼음 덩어리로 변신시켜놓았는데 그 얼음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는 시련을 즐기기라도 하듯 독야청청합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달빛이 아름답다고 해서 벽소명월이라고 하는 고사가 있는 벽소령을 지나 점심 식사 장소로 예정한 세석산장까지 부지런히 발길을 옮깁니다.
갈수록 쌓인 눈의 양이 많아서 걸음 걸음마다 체력소모가 많이 되었습니다.
대성리 삼정방향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린 눈보라에 눈을 뜨기도 힘겨웠지만 겨울 지리산의 정기가 흠뻑 느껴졌습니다.
숲속에 쌓여가는 함박눈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구조물들과 자연이 빚어 놓은 바위와 유목들까지 차별없이 따뜻하게 눈이불로 감싸주었습니다.
덕평봉 부근에서 영신봉쪽으로 바라본 풍경입니다.
날씨가좋은날은 영신봉 넘어로 천황봉까지 깨끗하게 보이는데 이날은 이마져도 간신히 볼 수 있을만큼 기상이 좋지않았지요
칠선봉으로 가는 길목은
유난히 거센 눈보라가 맞바람으로 몰아쳐오는 통에 눈을 뜰수가 없어 앞으로 진행하는 것 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들도 얼음옷으로 코트를 해 입은듯 하얗게 눈꽃을 치장하고 있습니다.
칠선봉으로 가는 나무계단을 다 올라서면 이처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선물을 받게됩니다.
스마트 폰으로 절경을 동영상에 담아보았으니까 잠시 후 구경해보세요 ^&^
세석대피소에서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해 먹고 일몰전에 장터목산장에 도착하기위해 부랴 부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촛대봉 정상부근 풍경인데 혼자보기 너무 아까워 ㅎ 역시 스마트 폰에 동영상을 담느라 손이 얼어서 휴우~
촛대봉에서 삼신봉을 향해 내려가는 길목 역시 바람이 실어온 눈때문에 길 흔적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연하천에서 함께 출발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석에서 1박을 하며 여장을 푼탓에 이 구간도 바람과 싸우며 혼자서 길을 개척하며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해지기전 장터목에 무사히 도착하여 지리산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후 29일 새벽에 일어나 7시30분 일출 예정시간을 맞춰 천황봉으로 향했습니다.
천황봉 아래에 있는 통천문도 겨울 비경으로 새단장을 하고 천황봉의 신비를 예언해주고 있습니다.
밤새 꽁꽁 얼려놓은 지리산 천황봉의 29일 아침 7시 48분 풍경입니다.
천황봉 정상에서 바라본 산하입니다.
혹 눈보라속에서 잠시라도 일출을 볼수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견디며 기다려 보았지만 덕이 부족했는지 이날 아쉽게도 일출 장관은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일출에 버금가는 겨울 지리산만의 멋진풍경은 만끽 할 수 있었지요
이 순간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 인증샷도 한컷하고 ㅎㅎㅎ
예정했던 대원사구간으로 하산하려고 중봉으로 내려가다 길을 덮고 있는 쌓인 눈이 가슴까지 쑥쑥 꺼져내려가는 바람에
안전산행을 위해 다시 천황봉으로 올라와 중산리로 하산로를 변경했답니다.
천황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만난 눈부신 겨울 지리산의 절경들입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간다는 구상나무의 푸르고 젊은기상까지도 밤새 내린 함박눈은 반백의 노인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법계사가 있는 로타리 산장에서 중산리로 가는 길은 두개의 코스가 있는데 이번에는 날씨때문에 아직 사람이 다니지않은 순두류 방향으로 하산을 하다가 미련이 남아 배낭을 벗어놓고 천황봉을 한번더 담아보려고 뒤돌아보았더니 천황봉은 하얀미소를 흩날리며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산길이 끝나면 자연학습원에서 중산리 버스 정류장까지 약 3.5km정도 차도를 따라 걸어내려가야만 합니다.
무료함은 도로 반사경에 셀카놀이를 하며 달래도 보고 ㅎㅎㅎ
중산리 주차장 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천황봉 풍경입니다.
한해를 소회하는 시간으로 나홀로 즐긴 지리산 겨울산행길 ...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고 고달픈 시간들이었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 보고
살을 에이는 한파와 눈보라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수목들을 보면서 새해에 대한 다짐과 각오도 새로이 해보았답니다.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바람소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겪게되는 문명의 스트레스를 씻어주는 에너지가 되는듯합니다.
☞ 동영상을 보시려면 배경음악을 정지한 다음 보시는게 좋습니다. ^&^
지리산 겨울 풍경 동영상
☞ 한개씩 감상을 한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눌러 음소거를 선택해놓으면 광고음을 안들을 수 있답니다.
12월 28일 연하천 산장의 아침
지리산 칠선봉
지리산 촛대봉
지리산 삼신봉
지리산 천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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