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일정이 비었다
어떻게 이시간을 요긴하게 쓰볼까하고 궁리하다가 결심했다
나홀로 북한산산행~~
날씨는 연중최고치를 연일 갱신한다며 더운 뉴스만 귓전을 때리는터라 결심이 수월했다
산행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주로 주말에 이루어져서 복잡한 인파에 치이다보니 산을 즐길수있는 여유를 갖기란 어려웠다
더욱이 나홀로 산행에서는 속도를 맘껏 조절할수있어 더욱 좋기도하다
산성매표소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백운대 방향이다
계곡탐방로를 따라 터벅터벅 혼자서 올라갔다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계곡에는 평일이었지만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을 어렵지않게 볼수있었다
나도 저사람처럼 저기에 주저앉아 발을 담그고 시름을 잊어보고 싶을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저렇게 정적으로 상념과 씨름하고 싶지는 않다
오후 3시경에서야 입산을 하였던탓에 산길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인적이 없는 산길을 걷다보면 산이라는 품안으로 내가 파고들어가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빌딩숲에는 지금쯤 찜통더위랑 정신없이 신경전을 벌일터이지만 숲속의 돌계단길은 자연이 선물해준 싱싱한 그늘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고있었다
저기 파아란 하늘 밑에 백운대는 오늘도 변함없는 표정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며 내려다보고있다
여기까지 쉼없이 내달려온터라 숨소리가 얼마나 거칠어지는지 오해받기 딱 좋을 정도였다
몇년째 나와 함께 산행 동무가되어준 베낭이다
어깨끈에는 땀에 절어 하얀 염분이 얼룩져있다
위문을 300여미터 남겨둔 지점에 있는 암자부근의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물을 처음으로 마셨다
옆벤치에는 TV에서 자주보았던 젊은 탈렌트 두명이 산행예찬을 하고있었다
위문에서 올려다 본 백운대, 자세히 보면 정상에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것이 보인다
서산으로 기우는 햇살이 왼쪽에서 쏟아지고있다
바위 난간사이로 오르고 내리는 이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곳이다
위문에서 백운대 오르는 길에 보면 서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새모양의 바위가 우뚝 서있다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을 묻고있는 것일까 ... 바라다 보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게 보였다
백운대로 가는 길은 험한 바위 난간들로 되어있어서 이처럼 철제 난간들이 정상부근에는 빼곡하게 설치되어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하늘나라로 가는 천국의 계단같아 보이기도 한다
백운대 정상을 역광을 활용해 담았다
정상을 밟은 사람들이 펄럭이는 태극기아래서 숨을 고르고있었다
저곳에는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비문이 아직도 남아 비바람속에서도 잘 보전되어있다
저기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이 눈아래 들어오는데 맑은날은 멀리 북녘의 개성까지 관측할 수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 보면 까마득해보이는 저 길도 내팔과 내다리로 딛고 올라선곳임을 확인하며 가슴뿌듯해진다
인수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장 부탁해보았다
인수봉 뒤로는 멀리 도봉산도 한눈에 보인다
언제 보아도 정상에서 건너다 보는 인수봉은 신비한 봉우리이다
그날도 사람들은 인수봉에서 로프를 타고 오르내리고있었다
백운대에서 서쪽으로 내려다보면 보이는 원효봉과 염초봉의 위용이다
신록에 하얗게 눈부시는 능선을 자랑하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지겹지않다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다본 북한산의 남쪽 풍경이다
멀리 원효봉 나한봉 나월봉 문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남쪽 전경인데 서울 시가지가 바둑판 처럼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리면서 사방을 둘러보고나서 하늘을 보고 평평한 바위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정상에서 느낀 소감을 몇몇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을 했다
맑은 하늘
서산으로 기우는해
창공을 가르는 산새
바람에 실려가는 구름
정상에서 맛보는 쾌감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하산하면서 발견한 사고현황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으면서 이렇게 안타까운 기록들을 남기는 모양이다
하산길은 코스를 수정해서 맨발 산행을 해보기로 했다
모처럼 가진 혼자만의 산행인 만큼 어렵게 얻은 기회를 마음껏 자유롭게 쓰보기로 한것이다
양말과 등산화를 벗어 베낭에 넣고는 맨발 산행 채비를 하였다
한참을 혼자 걷다가 다다른 북한 산장 약수터
모두들 하산을 한뒤라서 늘 북적이는 약수터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약수터 바로 앞에는 좋은 물길탓인지 수령이 꽤 되어보이는 고목이 든든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조용하게 사색하기 아주 좋아 보이는 산길이었다
이 길을 그 어떤 부담없이 혼자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해보이는 길을 무심히 걷다가 눈에 덜어온 꽃인데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겠다
등산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는 있었는데 이름표가 붙어있지않았다
태백제비꽃(?)같기도 한데 ..
어둠이 더 진하게 산을 감싸는 것 같아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나한봉을 거쳐 일몰을 산능성이서 보려던 계획을 수정하였다
맨발로 걷는 걸음이다 보니 바닥에 신경을 너무 쓰다가 시간을 많이 허비했기때문이다
저 돌길도 끝까지 맨발로 헤쳐 내려왔다
계곡물에 피로해진 발을 한참 동안 담그고 씻었다
적막하기까지 느껴졌던 숲속의 길에서 만나는 계곡물소리는 친구의 수다같이 들리기도 한다
어둠이 아주 진하게 산을 삼켜버렸지만 연등은 나홀로 걷는 나그네의 가슴에 파고들며 자비를 포교하고있었다
숲길을 따라 긴 행렬을 하고 늘어서 있던 연등을 가슴에 안고 하산하여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다되었다
아주 고즈녁하게 유유자적 하며 다녀온 산행이 된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서울에 있다는 것고 잠시라도 이런 기회를 맘만 먹으면 가질수있다는 것에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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