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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빛고을

자연인206 2006. 4. 2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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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그날

 

늦깍기 사병으로 입대한 저는 첫 휴가 마지막날 부대 복귀를 하는 길에 잠시 모교 캠퍼스를 들렸습니다.

 

집회 준비로 부산한 학생들 모습을 보며 한 동아리실에서 평소 잘알던 여자 후배 동생이라며 한 새내기 남학생 한명으로 부터 인사를 받았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그 후배의 인사를 받고 악수로 화답을 하며 스치듯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우연처럼 만났다 헤어진 그 후배가 시위도중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하였다는 뉴스를 들은것은 부대 복귀후 취침시간 선임들이 몰래 켜놓은 TV  속보를 통해서였습니다.

 

반복해서 속보로 전하는 소식을 들으며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강 경 대...

 

대학생활의 낭만은 고사하고 맛도 제대로 보지못한채 경찰의 폭력에 꽃다운 청춘을 빼앗기고 우리 곁을 떠나간지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내던 그런 안타까운  후배의 추모식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 길을 나섰습니다.

 

 

동문회에서 준비한 전세버스를 이용해 백양사 앞에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봄빛이 무르익은 신록의 백양사길을 따라 저녁 식사시간이 될때까지 산책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새 낮설음을 떨치고는 친 자매처럼 다정하게 동화되어갔습니다.

 

 

백양사 산책로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의 운치를 보고는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것없이 달려가 뛰어 건너 보는 것이었습니다.

 

 

경내에 도착했을때는 어둠이 대웅전까지 뒤덮고 있어서 카메라를 수동 모드로 조절해 간신히 촬영하였습니다.

 

 

전통적인 기와를 이고 서있는 돌담길은 해질녁 어둠속에서도 정다운 운치가 전해져왔습니다.

 

 

백양사 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산채 정식(1만원/인)으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수십가지에 이르는 반찬가짓수마다 맛도 있어 밥 두공기를 너끈히 해치웠습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광주 518국립묘지로 이동하기전 숙소앞에서 따뜻한 봄볓을 쐬며 기념촬영을 여기저기서 해보았습니다

 

 

다시 찾은 망월동 국립묘지에는 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비석만이 숱한 풍상에도 변함없는 모습을 하며 꼭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여느 묘비와 달리 묘비 뒷면에 기록된 추모사의 비장함과 애절함을 발견한 다솔이는 얼굴빛이 점점 굳어져 갔습니다

 

 

다솔이는 끝내 장난스런 행동과 말씨까지 스스로의 감정에 지배당하더니 급기야 슬픈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한 동문이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둘째딸과 함께 묘비의 슬픈 사연을 함께 읽고 있었습니다.

 

 

국립묘지를 모두 돌아보고 영상관으로 입장하여 사진과 비디오 자료를 관람하던 다솔이는 처참했던 당시 기록을 끝내 다 보지 못하고 속이 울렁거린다며 견디기 힘들어하는것이었습니다.

 

영상관에서의 충격으로 다솔이는 정작 추모식 행사에는 함께 자리를 하지못하다가 헌화시간쯤에야 노오란 들꽃 다발을 직접 만들어와서는 열사의 봉분위에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다음해 또 다음해에는 다솔이가 어떤 모습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를 맞이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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