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헐벗은 숲속에서
제 혼자서 시작했던 효사모 자연치유 농장 만들기 작업이
신록이 푸른 여름과 오색의 단풍철을 지나 어느새 다시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긴 초겨울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황량한 숲속에 텐트하나만 덩그러니 쳐놓고 지내다 그 위에 대형천막을 사다 씌우고
긴 장마와 모진 태풍 3개씩이나 견뎌내면서도 제대로 된 황토 농막을 지을때까지 버텨왔었는데
더이상 그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농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건강을 잃을수도 있을것같다는 많은 분들의 염려를 받아들여
월동용 농막을 짓기로 했습니다.
전기는 물론 변변한 도로조차 없어서 일반 화물 운반용 차량은 접근도 할수가 없는 오지이다보니
공사용 자재운반을 위해 4륜 화물자동차를 중고로 구매하고 작업용 전기를 생산하기위해 발전기도 한대 구입하였답니다.
낮선 화물차 운전이어서 무척 조심스러웠는데 최근에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
2주전부터 시작한 월동용 농막 작업을 시작할때 농장에 남아 있던 마지막 가을걷이를 했는데
땅콩,무우,당근이 초보 농군의 성적표처럼 초라하기만 합니다.
농막을 초스피드로 건축하려고 바닥에 콘크리트 기초 대신 간단하게 철제 골격으로 대신하기로 했지요.
구들을 놓을곳과 굴뚝을 설치할 자리 터파기를 얼추 해놓고
바닥의 습을 막기 위해 비닐을 깔은 다음 그위에 기초를 대신할 철제빔을 올려 놓았지요.
서둘러 진행하는 작업이다보니 미쳐 챙기지못한 자재도 있고 워낙 오지에서 하는 작업이다보니
필요한 부자재들을 보충하기위해 일단 철수했다가 다시 돌아가며 보니까
농장 뒷산 주능선 쪽 정상부에는 상고대가 하얗게 덮여서 이른 겨울을 예고 하고 있더군요
농막 외벽 자재인 샌드위치 판넬 작업이 얼추 마무리 되어갈 무렵 구들장과 적벽돌도 한차 구입해왔습니다.
농막은 나중에 건조실이나 창고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5평 정도 크기로 설계를 했지요.
구들과 고래,굴뚝 개자리 터파기를 해놓고 적벽돌로 조적작업을 하기위해 다시 냉기 가득한 농장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어요.
황토를 채에 쳐서 돌을 골라내어 사용하려고 했는데 연일 내린 비때문에 흙이 젖어서 결국 그냥 사용했다는 ㅎㅎ
함실 아궁이쪽 구들개자리에 적벽돌로 조적을 할때는
장마비같은 가을비가 쉬지도 않고 쏟아지는 가운데 화구쪽 자리에 앉아있는 바윗돌을 제거하려고 씨름하다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ㅠㅠ
끝내 작업을 중단하고 어둠속에 철수준비를 하는데
내리던 비가 갑자기 진눈개비로 변하여 진하게 몰아쳐와서 순간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서울로 돌아와 한의원에서 다친 허리를 치료한 다음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
미진한 외벽작업을 마져 마무리하고 나니까 속전속결로 건축한 농막치고는 ㅎ 제법 그럴싸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예상하지못한 복병이 ㅜㅜ
구들장으로 사용할 현무암이 지난번에 내린 비를 맞은 상태에서 모두 얼어붙어 떨어지지않아서 ㅎ
아궁이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엄청난 크기위 바윗돌때문에 갖은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히 대형 오함마로 한시간 가량 때려서 조각 조각 내어 걷어내는데 성공했어요.
휴우~ㅎ
다친 허리의 통증이 좀 잡혀 다시 본격적인 구들 작업을 시작해보았습니다.
구들작업은
기초 다지기-바닥 터파기, 개자리 조적하기- 황토 되메우기-고래뚝 쌓기-구들얹기- 황토 채우기-황토 미장하기와 같은 공정으로 진행되는데 혼자서 이 공정들을 한가지씩 처리하다보니 진도가 무척 느렸는데
그나마 중간중간 주요 공정때마다 고마운 원군(?)들이 잠깐씩 지원을 해주시어 큰 힘이 되었어요/
함실 아궁이 위에 이맛돌을 놓은 후
그위에 가상 고래뚝을 나누고 첫줄부터 구들을 얹어 보았더니 감이 조금씩 오는게 자신감이 생겼어요.
부자재를 구입하러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농장 뒷산을 둘러보았더니 정상부에는 만년설처럼 하얗게 눈이 쌓여서
농장을 품고 있는 산은 겨울속으로 성큼 다가가는듯했어요
저 멀리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저 산 중턱에 농장이 있답니다.
본격적으로 구들놓기 작업을 할때 한걸음에 달려와서
제가 잘못알고 있었던 구들 시공법의 오류를 바로 잡아주신 고마운 봉오산방님 덕분에 부실시공(?)을 예방할 수 있었지요.
구들 놓기 작업때문에 씨름을 하느라 함께 놀아주지 못하자 마루와 다루는 양지바른곳을 찾아서 낮잠을 ㅎㅎㅎ
그런데 어린 다루가 임신을 한게 틀림없는지 배가 많이 불러오고 있어요.
예정일이 12월 초순이니까 다음주쯤에는 사무실로 데려와야할것같아요...
영하 6도를 맴도는 기온속에서
주말동안 늦은 밤까지 씨름한 끝에 굴뚝을 세우고 고래뚝을 모두 쌓은 다음 구들을 90% 가량 깔아 놓았어요.
이제 남은 작업은 나머지 구들을 깔고 구들 사이 틈새를 흙반죽을 해서 메운 다음 황토를 채우고 미장을 하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초보이다보니 큰 눈이 오기전에 마칠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시행착오속에서도 혼자 구들 놓기에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귀농사모"카페에서 운영중인 "황토건축학교" 주말강좌 덕분이었어요.
숙련된 기술까지 능숙하게 습득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감은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음으로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ㅎㅎ그렇지만 저처럼 깊은 산중에서 혼자 구들 놓기는 도전하지마세요. 아주 많이~ 힘들거던요 ㅎ
따뜻한 집에서 자고일어났는데도 묵직해진 허리뿐 아니라 팔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몇개씩 찬것마냥 몸이 무거워서 회복이 잘 안됩니다.
아휴~시작을 했으니 어여 끝을 내야하는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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