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는 분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서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봤답니다. 주인공 란초 역을 맡은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가 궁금해지더군요. 아미르 칸에 대해서 알게된 사실을 올려봅니다.
대개 싸움과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다루는 헐리우드 영화에 질려서 영화는 가급적 안 보는 편이지요. 너무 어둡고 진지한 영화를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구요....
그래서 이 영화도 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영화 내내 얼마나 배를 잡고 웃다가 울다가 했는지....
얘기 자체는 어쩌면 뻔하고, 결말도 예상가능하지만, 너무나 기발한 웃음코드와 순간순간 전해오는 감동에 마음이 안 움직일 수가 없답니다.
줄거리는 검색해보면 다 아실테지만, 다른 알을 깨부숴버리고 나서 혼자 살아남는 뻐꾸기라는 새가 가장 훌륭한 삶의 모델인 사회에서, 인생은 경쟁이고 일등 이외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주입하고 실천하는 인도 최고의 공대에 들어온 세 명의 학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살벌한 경쟁과 주입식 교육의 풍토에서 학생들은 자살을 하기도 하지요.
인도에서는 남자아이는 무조건 공대, 여자아이는 무조건 의대를 가는 걸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답니다.
이 공대에 입학한 란초는 이 대학이 대변하는 모든 가치관에 딴지를 걸지요. 란초와 세 친구의 좌충우돌 사건들이 초반에 영화의 코믹 신을 제공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란초 때문에 삶이 완전히 변화되는 두 친구와의 우정입니다.
우정과 행복의 가치,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라야하는 중요성 등을 다룬 영화라서 아이들하고 보면 참 좋을 것 같답니다. (흠....... 그런데 우리 아들님 영화보고 내린 촌철살인의 결론 한 마디: “공대는 안 가기로 했어요...”)
어쨌든 세 얼간이를 보다가 주인공 란초 역을 맡은 아미르 칸(Aamir Khan)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1965년 생이라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보면 그 나이로는 안 보인답니다. .
이 분이 출연한 <가지니>라는 영화가 인도 역대 흥행 1위를 하다가 <세 얼간이>에게 1등을 내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해서 욕하는 영화가 1등을 했군요....
<세 얼간이의 란초>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연속 1위를 하는 인도의 국민배우인데다가, 이 양반이 테니스 선수에 가수, 제작자, 감독, 스크립트 작가까지 온갖 일을 다 하는군요. 많은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을 하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이더군요. 흠.....
게다가 인도 정부의 부패상황이나 무슬림 차별 등에 대해서도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이 분의 정치적 활동 때문에 인도의 어떤 지역에서는 주지사가 이 분 영화를 상영금지 시키기도 했답니다. 이쯤에서 인도가 우리 나라와 참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기심과 궁금증은 절대로 참지 못하는 저는 결국 밤새고 인터넷을 뒤져서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온갖 걸 알게 되었답니다.
<세 얼간이 마지막 장면의 란초. 배경은 라다크라는데 라다크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관에서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로 이민 온 회교도 집안의 아들이고, 온 집안 식구들이 영화관계 일을 하는지라 일찌감치 어린 나이에 숙부가 만드는 영화에 출연을 합니다. 그 후 영화를 한 동안 그만두었다가 16세에 친구가 단편영화 만드는 걸 도와주다가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가족들은 아미르 칸이 공학자나, 의사, 회계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그는 완강하게 저항을 하지요. 아미르 칸은 “우리 친구들을 보면 99%는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하지요. 이제 젊은이들이 좀 벗어나서 자유를 찾아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라간(Lagaan) 2001년 작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에 올랐었답니다. 영국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세금 문제를 다룬 영화랍니다>
아미르 칸은 또한 이웃에 사는 힌두교도 소녀와 사랑에 빠져서 무슬림인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망쳐서 결혼을 합니다. 이 분하고 15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하고 다른 분과 결혼을 했지만요.
세 얼간이의 주제는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하라...”인데, 칸 자신의 삶이 그러했다고 합니다. 칸은 영화를 만들 때도 인도영화의 성공공식을 따르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듭니다. “나는 언제나 특이한 결정을 내렸지요. 실용적인 관점이나 시장의 측면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요....”
이 특이한 영화중에는 1857년 영국에 대항해서 발생한 인도 반란을 다룬 <The Rising>이라는 영화가 있고, 비행기 추락을 둘러싼 인도 정부의 부패 문제를 다룬 <Rang de Basanti>, 그리고 난독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8살짜리 어린애를 주인공으로 한 <Taare Zameen Par>가 있습니다. (영어 제목은 Like Stars on Earth, 한국어 제목은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입니다. 칸 자신이 아이의 운명을 바꾼 미술선생님으로 출연했고, 감독도 했답니다) 이 영화들은 다 인도의 주류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아주 성공을 거두고 인기를 얻었다는군요.
<The Rising>
<Like Stars on Earth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에서 난독증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미술 선생님 역 2007>
우리 나라도 쪽대본 문제로 시끄러운데, 인도는 영화도 쪽대본을 가지고 찍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양반은 완성된 시나리오로만 영화를 찍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는 절대로 찍지 않는다는군요.
<딜 차타 해 Dil Chahta Hai, 2001 에서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바람둥이 역할>
영화배우로 돈을 많이 벌자 영화제작자로 나서서 작은 독립영화들에 제작비를 대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미르 칸이 젊은 영화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랍니다. “청중이 원하는 걸 짐작하려고 들지말고, 성공적인 영화를 찍으려고 하지 마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고 싶은 얘기를 정직하게 하라. 비교하지 마라”
이 양반은 배역마다 완전히 그 배역이 되어버리는 메쏘드 연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잘 안보기 때문에 영화배우는 잘 모르지만,
우연히 알게 된 배우 중에서 메쏘드 연기를 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김명민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아미르 칸이 세 번째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될지 모르지요. (영화를 좀 더 많이 관심있게 본다면 좋아할 만한 훌륭한 배우가 훨씬 더 많아지겠지만, 그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까 범위가 참 좁네요....)
<파나: 2006 눈먼 소녀와 테러리스트의 사랑이라는군요>
한국에서도 개봉된 영화가 여러 편 있는 모양인데,
워낙 영화와 거리를 둔 삶을 살다보니 전혀 모르고 지나갔답니다.
지금이라도 이 분의 영화를 여러 편 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DVD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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