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2MB문학상 응모작]초를 깍던 노인

자연인206 2008. 7. 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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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머 [2MB문학상 응모작]초를 깍던 노인 [37] 모노리카모노리카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71001 | 2008.07.09               조회 3224 주소복사

벌써 두달 전일이다. 내가 집회에 나간지 얼마 안 돼서 서울시청을 내집 안방같이 누비며 살 때다. 시청에 왔다 가는 길에, 광화문역으로 가기 위해 시청역에서 일단 내려야만 했다. 시청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초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초를 한 통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초 하나 가지고 명바기스럽게 그러기오? 나는 잘생겨서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니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왕자병이 심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밀랍덩어리를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종이컵 구멍에 들어갈 것 같은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꼭 하는 짓이 명바기를 닮았다. 집회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정책이 좋아야 경제가 살아나지. 대기업에 돈풀어라 재촉한다고 경제가 성장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오호라 노인장, 프락치이시구먼."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맹박스럽게 아무거나 덜렁 받아가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있는 초에 불을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홀려버려 거기서 "맹박 OUT"을 외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초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초이다.

지하철을 놓치고 다음 지하철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농심같은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반대편 건물 간판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답게 성깔있어 보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궁시렁거리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내 파이터 본능이 마음속에서 움텄다. 노인에 대한 의심과 증오도 증가된 셈이다.

 

 

광화문에 와서 초를 내놨더니 친구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자기가 들고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놈 것이나 내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설명을 들어 보니, 굵기가 너무 굵으면 종이컵에 끼워넣기가 힘들고 뽀대가 나지 않으며, 얇으면 종이컵에 끼워지지 않고 헐거워져 종이컵에 불이 붙을 확률이 많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5년동안 만들어진 문서는 이 후의 사람들이 인수인계 받을 때 좋으라고 E지원시스템을 만들어서 문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요새 CEO는 컴퓨터를 부팅하면 화면보호기 암호조차 모르는 무지랭이다. 예전에는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할 때, 여러책도 읽어보고 자문도 구해서 다시 한번 검토하여 문서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기를 몇 번 한 뒤에 비로소 국회에 사안을 넘긴다. 이것을 정책이라 한다. 물론 국훼의원끼리 격투기를 하기 때문에 실현되는데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직접 안건을 올려서 싸인만 한다. 금방 끝난다. 그러나 내용이 탄탄하지가 못하다. 그리고 쥐박이는 국민이 보지도 못할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생각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만수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외환보유고가 털리면 국민들은 얼마, 정치인은 얼마, 금으로 나라를 살렸는데, 결혼예물은 돌반지보다 비싸다, 결혼예물이란 결혼을 하면서 주고 받은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몇 K인지, 큐빅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남편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일조차 없다. 어느 누가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데 금을 내놓을 것이며, 또 그들을 믿고 나라를 구제해 줄 IMF도 아니다. 옛날 한번쯤은 눈딱감고 나라도 나라이니 만큼 구제를 해주었겠지만,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그 순간은 오직 대한민국은 부도가 난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다른이에게 전가시킨다. 그렇게 야비하게 살아와서 딴나랑당은 오늘날 거대한 정당을 만들어 냈다.

 

 

이 초는 그런 것들을 다 태워버리겠다는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프락치아냐?'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의심과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간짬뽕에 하이트맥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집회가는 길에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건물 간판을 바라보았다. 죄선일보.... 그 큰 건물 전체에서 쓰레기 냄새가 역하게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죄선일보를 욕하고 있었구나. 열심히 초를 깎다가 유연히 죄선일보를 바라보던 노인의 찡그린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죄선일보가 신문이면 우리집 휴지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싯구가 생각났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정전이 된 탓에 가족들이 촛불을 키고 앉아 있었다. 전에 촛불, 피켓을 이리저리 흔들며 "맹박OUT"을 외치던 일이 생각난다. 촛불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맹박OUT" 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전대협 진군가 등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맹바기가 물러나면서 사라진지 오래다. 문득 두달여전 초를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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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예전에 지워졌던 촛불항쟁 노래입니다.

 

촛불항쟁의 노래

 

 

형님온다 형님온다                 
집회갔던 형님온다.
형님마중 누가갈까     
형님동생 내가가지.
형님형님 사촌 형님                  
서울상황 어뗍데까?          1연주제 : 서울의 상황을 알고 싶어하는 동생
        

이애이애 그말마라                 
대한민국 쥐판이다
앞길에는 전경버스                   
뒷길에는  방패곤봉
고추당추 맵다해도                  
소화기가 더 맵더라.
날카로운 전경방패    
막는데만 안쓰더라
시방새는 땡뉴스요
H.I.D는   가스배달      2연주제 : 집회 상황을 알려주는 사촌형님

 

비지땀을 흘리면서            
마포대교 건너갔다
고봉순이 지켜주고                  
마봉춘도 지켜줬다     3연주제 : 사랑하는 두 여인에 대한 애정

 

잃은것이 10년이냐
무얼잃어 이자식아
아이엠에프 니들꺼다                           


노대통령 아마추어?
쥐박이는 쪽박경영
청계천은 똥물이오
버스사업 적자이오
취임하면 주식삼천
어제보니 사이드카
가정경제 파탄나고
우리가족 잠못잔다
쥐박이는 피노키오   4연주제 : 쥐박이의 경제능력을 까발리는 사촌형님

 

복당녀는 맨날칩거                    
전오크는 줄만서고
물고기는 히틀러요                   
시중간신 언론탄압
버스정씨 칠십원요.                    
서울시장 떡밥타운
죄오아우 미국유학                 
쥐박이도 데려가라    5연주제 : 딴나라당의 비이성적인 행동과 쥐박이 똘마니들의 현재 

                                           상황


국민소통 개뿔이요                    
소유통은 재빠르오
민영화는 선진화요   6연 주제 : 쥐박이의 거짓부렁을 동생에게 고발함.

 

촛불항쟁 2달하니                   
백옥같던 요내 얼굴                  
다크써클 다생겼네
섬섬옥수 요내손이                 
촛농받이 다되었네.
정치몰라 무지랭이                  
정치박사 다되었네.    7연주제 : 촛불항쟁의 고단함
 

4.19항쟁  5.18항쟁                  
되찾았던 민주주의
쥐박이가 갉아먹네                    
입만열면 거짓이오                   
부쉬한테 쌩까이고    8연 주제 :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쥐박이에 대한 일침

 

조중동은 쓰레기요.
매국노는 처단이오.                  
쥐박이를 오사카로
용식이는 양촌리로.
두사람은 손을잡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9연 주제 : come back home

 

다음직원 뭐하느냐
왜내글을 지웠느뇨
풍자문학 한의문학
지운다고 굽힐소냐
지운이유 메일첨부
알아보자 지운사유
다음직원 센스없어
그냥한번 지웠느냐
한개만이 아니더라
두개모두 지웠더라
지운다고 굽힐소냐
풍자문학 한의문학  
나의글을 돌려놔라
블라인드 왠말이냐  10연주제 : 자신의 글을 두개나 지운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화자
                                     다음직원에 대한 원망.

 

작품해설

‘촛불집회 노래’는 민중들이 부르던 민요로서,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겪는 현대인의 한스러운 삶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항쟁의 의지를 나타내었다. 특히 9연에서는 국제미아가 된 쥐박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주는 따스한 마음씨와 가출했던 양촌리 이장네 둘째아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국민들의 따스한 情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연은 자신의 글을 블라인드 처리한 다음직원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토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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