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발효액과 면역 강화
같은 성분 장기간 복용땐 간에 부담 , 질병치료, 체질에 맞는 처방 바람직
최근 서부 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에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고열, 출혈, 탈수 등의 증상을 완화하면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3년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를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은 발효식품인 김치 덕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치에 많이 들어 있는 마늘은 이미 암과 심장병 발생률을 줄이고 각종 감염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가 조류독감 퇴치에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김치를 비롯한 된장, 청국장 등 발효식품은 단순한 영양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제철에 수확되는 산야초나 과일을 설탕에 담가 만든 ‘발효액’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질병 치료 효과가 있다고 소개되고 있어 많은 사람의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 산야초, 과일을 재료로 만든 발효액도 인체 면역력을 증강하는 성분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발효는 유기물이 미생물 작용에 의해 분해돼 변하는 현상을 말하며, 좁은 의미로는 당분해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오래전부터 빵, 양조제품 제조 등에 이용돼 왔다. 발효에는 효소가 중요하게 관여한다.
효소(엔자임)는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이다.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도 효소에 의해 속도가 빨라진다.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수많은 생화학 반응은 모두가 효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물체 내에 존재하는 효소의 종류도 매우 많다. 대표적인 효소로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각각 가수분해하는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리파아제를 들 수 있다. 식물은 동물에 비해 더 많은 효소를 가질 수 있다.
최근 유전체 연구에 의하면 인간 세포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약 2만4000개인 데 비해 벼와 감자에는 약 3만8000개 있음이 밝혀졌다. 노화와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비타민C, 토코페롤 등 천연 항산화물질은 식물에는 풍부하지만 사람은 만들지 못한다. 한 종류의 항산화물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효소가 관여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생명공학
대부분의 효소는 적정 온도와 적정 pH (수소이온 농도) 범위에서 활성이 활발히 일어난다. 부적절한 조건에서 보관하면 효소의 구조가 변형을 일으켜 촉매 기능이 떨어지거나 소실된다. 한때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효소의 하나인 SOD(superoxide dismutase)는 노화 방지 화장품, 기능성 차, 목욕 첨가제 등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SOD는 실온에서 쉽게 변성돼 소비자가 사용할 시점에는 효소로서 기능이 없어진 단백질에 불과한 것이다. 효소 그 자체가 만병통치약으로 간주돼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산야초 발효액의 인기와 함께 명칭과 효능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산야초나 과일 무게의 약 50%의 설탕을 넣고 일정기간 담가 만든 것을 일부에서 효소액이라 부르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효소액이 아니라 ‘발효액’이 더 적절하다. 발효액에는 효소반응에 의해 생긴 물질과 설탕물에 의해 추출되는 성분이 존재한다. 식물 재료를 설탕물에 오래 담가 두면 ‘팽윤현상’(물질이 용매를 흡수해 부푸는 것)으로 세포막이 터지면서 세포에 들어 있던 영양성분 가운데 물에 녹는 수용성 영양성분이 설탕물에 의해 추출된다. 여기에는 건강에 좋은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면역활성이 있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음식에도 먹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이 있듯이 건강을 위해서나 질병 치료에도 각자의 체질에 맞는 처방이 중요하다. 아무리 몸에 좋은 산야초 발효액이라도 같은 성분을 장기간 많이 복용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개별 산야초 발효액의 질병치료, 면역활성, 건강에 대한 종합적 과학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생명공학
출처 : 세계 일보 2014.08.06 오후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