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마찰
나이를 한살 두살 더 먹어 갈수록 하루가 짧던 세월이 한해가 한달처럼 휘익하고 지나가는듯합니다.
시작되는가 싶었던 이번 겨울도 입춘이라는 절기에 떠밀려 저물어 가고 있네요.
화천 수력발전소의 동력원인 파로호 너머 젤 큰 뒷산 중턱이 바로 효사모 농장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절기가 참으로 무서운게 입춘이 지나자 세상 만물에 생기가 감돌고 냉기가 사라져가는듯하네요.
효사모 농장이 자리한 해산은 입춘이 무색한 풍경이지요?
양지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겨울이 아직 꿈쩍도 안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길을 몇해째 오가다보니 이제는 ㅎㅎ이골이 나서 이정도는 양반같은 날씨구나하고 다닌답니다.
처음에 농장을 조성할때만해도 이정도쯤이야 하고 시작했더랬는데 ...
한해 두해 자연과 어우러지다보니 이제는 제 자신이 자꾸 작아지는 만큼 농장이 너무 커보여서
세월과 함께 용기도 나이를 먹어가는것을 느낍니다.
지난 가을 수집상을 통해 매입한 전통 옹기가 텅빈채 산중에서 겨울을 났네요.
올 봄부터 저기다가 효사모 농장표 각종 산야초 자연발효를 담아볼 작정입니다.
눈때문에 차량이 멈춘곳에서 보따리를 메고
조용해서 적막하기까지한 산길을 따라 쉬엄 쉬엄 올라갑니다.
반갑게 달려와 마중을 하는 풍산개 가족들에게 읍내 닭집에 들려 챙겨간 보양식을 쏟아주고서
녀석들이 맛나게 포식하는것을 보고 있노라면
낑낑거리며 짐을 지고 올라오며 흘린땀이 헛되지않은듯해 참 행복하답니다.
숲속 오두막에서 장작패기는 꼭 해야하는 일입니다.
도끼날로 장작을 찍어야하는데 자루로 찍어서 도끼자루만 멍들게 해놓고 ...
서툰솜씨가 여전한것보면 초보딱지를 떼려면 아직인것같습니다. ㅎ
숲속의 아침과 저녁 노을풍경입니다.
날씨가 좀 풀려가면 이렇게 산아래 파로호에서 생긴 물안개가 산위로도 감싸고 올라와 앞산 작은 능선을 휘감다가 사라집니다.
새벽녁 숲속에서 괴성이 들리더니
아침에 돌아온 마루의 목덜미에 선혈이 묻은것으로 보아 혈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늦게까지 나타나지않았던 다루와 자견 사랑이 배가 불룩하게해서 돌아온거로 보아 녀석들은 사냥감을 포식하고 돌아온듯했어요
그렇게 숲속에서 위엄을 자랑하다 돌아온 부견 마루는 마당 한가운데 저러고 누워서 낮잠을 즐깁니다.
마치 시체놀이라도 하는양~ㅋ
모견 다루와 자견 사랑이는 눈밭을 뒹굴다 더운지 얼음물속에 풍덩해서 더위를 식힙니다.
태생이 추운곳이어서 한겨울을 여름보다 더 행복해하네요.
붕어빵 부자들입니다. 부견 마루와 자견 사랑이는 목걸이가 아니면 헷갈릴정도이지요.
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냉수마찰을 이렇게 즐겨합니다.
자견 다루와 산속 오두막 들쥐 지킴이 구름이는 가깝고도 먼사이입니다.
사냥본능이 강한 모견 다루가 부견 마루와 사랑이 처럼 안심하고 대하는 이쁜 고양이를 물어서 혼쭐이나는 사건도 있었어요
이 흔적은 무었이었을까요?
깊은 숲속 중턱에 마치 무덤처럼 계단식 지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3.3.3 배열로 조성되어있었어요.
멀리서 보면 오래된 무덤 같은데 실상 가까이 가보면 봉분 부분이 몽땅 파헤쳐진듯되어 있고 내부는 석축으로 ...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 추리해보다가
나중에 마을 주민분들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70년대 초까지 운영되었던 숯가마터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눈이 깊게 쌓인 겨울숲에는
여기 저기서 해빙되며 굴러 떨어진 돌덩이들이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요몇일 포근한 날씨에 겨울숲 얼음물속으로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다시 얼어붙어 버릴 만큼 산중날씨가 급강하했어요.
오두막 수도물도 다시 얼어버렸네요...
깊은 숲속 자연이 전해준 봄소리 우리 효사모님들께 빨리 전해드리고 싶어 동영상으로 담아보았어요.
청정한 대자연의 봄 기운을 느껴보고싶으신분들께서는 동영상을 실행시키시고 볼륨을 크게 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