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 상팔자
동지를 끼고 있었던 이번주는 밤이 유독 길어었지요.
산중의 밤도 길고 길어서 겨울 바람소리를 특히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던것같습니다.
새벽녁 전기가 갑자기 나가버렸다는 어머니 전화를 받고
농장으로 가는길에 찾아가보니 차단기가 저렇게 되어버렸어요
차단기박스가 외벽과 접해있다보니 결로가 생겼는데
겨울에 춥다고 환기를 자주 안하니까 수분이 쌓여서 결국 합선이 된것같았는데 큰일이 날뻔했어요.
다행히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없어서 화재로까지 이어지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었죠
저도 머지않아 노인이 되겠지만 노인만 거주하는데 갑자기 화재라도 나는 날이면 ...상상도 하기싫은 일입니다 ...
농장주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들이 서식합니다.
우연히 절벽위를 운동장 뛰어다니듯하는 모습을 새벽녘에 잠간 볼 수 있었어요.
어디에 있는지 찾으실 수 있겠어요?
힌트는 3마리입니다.
지 지난주 농장풍경인데 이때까지만해도 눈이 왔는둥 마는둥해서 폭설이 남의 나라 얘기였었지요.
차량 진입을 안전하게 하려고 빗자루로 쓸어내는 수고를 하면 농막까지 올라갈수있었어니까요.
강아지들이 반가워서 몰려 왔다가
차길에 눈을 쓰는 동안 어느새 계곡으로 몰려가서는 산짐승들과 일전을 벌이며 자기들 영역을 사수해내려고 합니다.
겨울에는 뭐니 뭐니해도 구들장에 군불이 최고지요.
장작을 한아름 지피고 나면 산중의 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끄뜩없습니다.
추워지면 이렇게 모든것을 농막안에 들여다놓고서 ㅎ 왠만하면 내부에서 몽땅 다 해결합니다.
산중이어서 해마다 이맘때는 큰눈이 쌓여있었는데 올해는 눈이 늦은 편이었지요.
서울집에 왔을때 큰딸이 만들어서 내온 닭강정이 너무 맛있어서 딱 한병 남은 5년 숙성된 백수오 담금주를 따서 일잔했지요.
백수오 담금주는 그자체만으로도 걱종 담금주 중에서 최고에 버금가는데 몇해씩 숙성이 된것은 더 일품이랍니다.
폭설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간 산중농장길은 장단지까지 푹푹 빠질만큼 눈이 많이 쌓여있었어요
인적이 끊긴 산길에는 막 찍어놓은 산짐승 발자국만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겨울이면 눈이 많이 쌓이고 얼어붙어서 차길이 끊기죠.
그럼 마을입구에서부터 약 2km의 오르막 산길을 따라 눈썰매에 옮겨실은 짐을 허리춤에 묶고 끌면서 올라가야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농장 지킴이들에게
보양식 생닭을 나눠주고 나면 고양이가 반갑게 다가와 이리저리 스킨쉽을 시도 합니다.
참 겨울이면 물이 얼어서 강아지들이 어떻게 하느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야생의 세계에서는 저렇게 얼음을 핥아서 먹더군요.
지난주 산중의 기온은 최저기온이 18도, 낮기온도 영하8도 가까이 떨어져서 몹시 추웠는데
다행히 다용도실 수도는 얼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어요.
이대로라면 겨울에도 왠만한 추위에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되네요.
고양이가 식수통이 얼어붙자 흐르는 물을 먹겠다며 ㅎ 저리해놓았습니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더니 밤새 눈이 더 쌓여서 마당의 피크닉 테이블위에는 두뼘 가까이 되어갑니다.
장작을 쌓아놓은 창밖에도 눈이 쌓여서 창을 막기 일보직전이고 사방천지가 이제는 겨울숲으로 바뀌었어요.
알프스 산중의 오두막마냥 효사모 황토 농막 지붕에도 눈 높이가 키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태생이 북방견 혈통이어서 강아지들은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많이 쌓일수록 물 만난 고기마냥 그렇게 좋아라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을때는 녀석들을 데리고 틈틈이 숲속으로 산책을 다녀오는데
녀석들이 얼마나 민첩한지
홍길동이 저리가라할 정도로 금새 저 능선에 있다가 이내 옆에와서 꼬리를 치며 이뿐짓을 하지요.
요즘같이 세상이 시끄럽고 경기가 좋지않아서 아우성일때는
녀석들의 삶이 우리네 삶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답니다.
개팔자 상팔자~ㅎ
시린 겨울 바람이 휘몰아칠때 흩날려오는 눈보라속을 따라 무릅까지 푹푹 빠지는 숲길을 무작정 걸어보셨나요?
사람이라고는 오직 자신밖에없는 숲속에서
눈보라와 겨울 칼바람을 이기며 만나는 청명한 하늘빛은 모든 시름을 말끔하게 잊게해주는 청량제로 손색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힐링이 뭐 거창한 프로그램이겠어요...
바로 자연과 하나되어 숲과 육신이 함께 동화되는것 바로 그 자체면 되지않을까요?
산중에서 혼자 살아가려면 자연이 주는 숙제(?)도 감사히 수행해야만 합니다.
산길 2km를 혼자서 그때그때마다 해야하는 제설작업이 그것이지요.
근데 사실 축대 아래에 바람이 쌓아놓은 눈은 양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ㅋㅋㅋ
흠....강아지들에게 시킬수도 없고
햇님이 안도와주면
군청에 신고라도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