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로또
몇차례 내린 가을비를 따라 산중 숲속의 나무잎들은 이제 거의가 현란한 단풍빛마져 잃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 대지를 주름잡던 진입로와 약초 농장의 신록들은 흙빛으로 바뀌고 마른 들풀의 씨앗과 낙엽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새로운 터를 찾아서 새해에는 어느 숲속에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요...
농막에는 고양이 구름이가 어디선가 산새와 새앙쥐들을 사냥하여 엽기적으로 전시해놓았네요. ㅜ
풍산개 다루는 자기 사료를 몰래 훔쳐 먹으려고 들어온 손바닥만한 쥐를 잡아 물통에 4마리씩이나 수장을....ㅡ,,ㅡ;;
효사모 농장에 계절마다 각종 열매를 수확해보려고 이번에는 추위에도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고 하는 토종보리수를 5주 심었어요.
시간이 나면 숲에 쓰러진 나무를 차길로 끌어내다가 실어와서 월동용 장작더미를 쌓아놓는게 급선무입니다.
산중에는 추위와 첫눈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때문입니다.
하루는 화천에서 든든한 버팀목처럼 의지가 되어주셨던 "산에"님께서 사정상 멀리 충주쪽으로 이사를 가신다시며 그간 가꾸어놓으셨던 소중한 농장의 각종 약용수들을 처분하신다는 전갈이 와서 맥가이버 "99송이"님과 만능 탈렌트 "금낭화"님의 도움을 받아 헛개나무.화살나무,엄나무,오미자를 몇수씩 해다가 농장에 잘 심어 놓았습니다.
무럭무럭 잘 키워서 "산에"님의 정성을 효사모님들께 오래 오래 선물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모께서 지난 여름동안 애써 가꾸신 서리태를 마지막 가을걷이로 해서 마당으로 옮겨놓았어요.
들쥐가 거진다 냠냠해 말려서 타작을 해봐야 우리 몫이 얼마나 될지 알수있을듯합니다.
올해 처음 밭으로 이식해보았던 재배 백수오는 잡초인줄 알고 노모가 다 뽑아버리는 바람에 다 죽어버린자리에는 풀만 무성하네요
마침 취수원가는 길에 발견했던 야생 백수오를 캐다가 체험학습 농장에 이식해보았어요.
어느날 밤에는 바위돌만한 멧돼지가 농장으로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꿈을 꾸어서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않았던 복권을 혹시나하고 사보았는데 총 6개의 당첨번호중 50%나 맞추어서 5등 당첨이 되었어요.
그래서 1등 당첨금을 받으면 어쩌구 저쩌고 하는 망상같은 안개성은 낙엽에 실어 날려 보냈지요. ㅎ
11월 첫 주말에는 대전지역에서 발효교실 지방강좌에 참여하신 님들과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고 왔어요
안동대 농업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발효액 관련 특강 요청을 받고 다녀가는 길에 고향에 들려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별을 한
그리운 작은누님도 찾아뵈었어요.
산소 주변에는 가을햇빛을 받으며 한창 만개한 산국과 외래종 에키네시아(?)가 곱게 피어서 반겨주었어요
강의시작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캠퍼스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박물관에 전시된 "원이엄마의 편지" 원본과 미투리 실물을 보았습니다.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서 이름 모를 무덤을 이장하는 중에 미이라 한구가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시신을 보호하는 외관을 보고 최근의 무덤이 아닌가 생각되었으나 발굴작업이 진행되자 400여년전 조선시대의 무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덤 속에서 온전히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옷가지와 여러가지 소품들 중에
요절한 남편을 그리는 애절한 사연이 담긴 아내의 편지와 남편의 회복을 기원하는 미투리가 발견되었다.
무덤속의 망자는 고성이씨 이응태(1556~1586년)의 묘로서
젊은나이(31세)에 남편이 병석에 눕자 아내(원이엄마)는 남편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 정성껏 미투리를 삼았다.
그러나 남편은 그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끝내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진실로 서로를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하고자 소망했던 이들 부부의 육신은 비록 떨어져 있을지언정 영혼은 지난 세월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다.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남편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마지막 편지였다.
- 원이 엄마편지 블로그 검색中에서-
농장에서 나온 마지막 가을 걷이 수확물입니다.
실은 이 마져도 노모께서 관리하지않으셨다면 언감생심 구경도 못했을것입니다.
농사도 세상일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그져 얻을수없다는것을 배웠기때문입니다.
속옷을 갈아 입으려고 옷장을 뒤지다가 나온 런닝인데
사연인즉슨 작업후 농장에 벗어놓은 찢어진 속옷을 노모께서 세탁하시다가 저리 깁어놓은것이었어요.
저렇게 깁어서 입고 자랐지만 세상이 바뀐 마당에 안 입을수도... 입기도...
농장의 대가족인 아기 풍산개들 분양이 시작되어 새로운 주인들에게 데려다 주기위해 집에 잠시 데려온 아가가 처음에는 불안한 눈치가 역력하더니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보이자 저렇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안심을 하는듯해 다행입니다.
우리 풍산개 아기 강아지도 로또 당첨된것처럼 이제 내일이면 새주인의 품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