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고드름
산중농장에 찾아온 긴 겨울의 숲속추위를 직접 느껴보고
그동안 수험생활을 하며 마음속 깊이 켜켜이 쌓였있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보라고 큰딸과 함께 겨울농장으로 갔습니다.
농장 지킴이 마루와 다루에게 선물할 생닭을 사려고 읍내에 들렸더니 마침 화천장날이었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봄날처럼 시장분위기에 생기는 못느끼겠더군요.
예고와 달리 폭설이 내리기도 하는 산중 날씨를 고려하여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최선지대까지만 짐을 운반해놓고 차량은 다시 마을에 내려다 놓기로 하고 짐은 메고서 농장으로 운반했어요.
장터에서 사가지고 올라간 생닭을 던져주자 마루와 다루는 정신없이 냠냠했어요.
이렇게 토종닭 한마리를 나눠주면 ㅎ 하루는 사료를 먹지않을만큼 영양분이 공급되는 모양이더군요.
캠프에 새로 시공한 황토방과 약초 농장에도 맑고 고운 함박눈이 수북하게쌓였어요.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놓고 제설작업부터 시작했어요.
구들은 물론이고 꽁꽁 얼어있는 황토방은 냉골과 같아서 군불이 꺼지지않게 지펴놓고
외출복도 벗지않은채 이불을 몇채덮고 밤을 지새웠는데
새벽녁이 되어서야 실내에서 하얀 입김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아궁이가 있는 캐노피 지붕은 더운 열기때문에 눈이 녹아내려서
고드름의 키가 키다리처럼 자랐어요.
다음날 아침에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이용과 소속 연구관들이 효사모 농장에 방문을 하셔서
함께 화천지역에서 발효액을 제조,유통하시는 분들의 사업장을 몇군데 방문하여
업체의 고충과 정책적 지원필요사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아직은 황토방 구들이 안정된 상태가 아니어서 장작 먹는 하마처럼 나무가 엄청 많이 소요되었어요
그래서 틈만나면 숲속에서 쓰러진 마른 나무를 베어와 장작을 패어서 아궁이에 넣어 주어야합니다.
그간 혼자서 황토방 조성을 하느라 고생했다며
동생들이 맛난 선물들을 바리 바리 챙겨와 하룻밤을 같이 지새우려고 방문을 하여 마루와 다루도 포식을 ~~~
큰딸은 소복이 쌓여있는 언덕길에서 눈썰매를 ㅎㅎㅎ
휴일 오전에는 서울에 돌아와
개봉 몇일만에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화제의 영화 "변호인"을 보느라 손수건을 흠뻑 적시고
오후에는 청계천과 동묘사이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으로 쇼핑을 나가서 요지경 장터를 둘러보다가
좌판 의류코너에서 1벌에 1천원하는 작업복을 몇벌 장만해왔어요.
딸래미들도 알뜰시장의 묘미에 빠져 천원짜리 옷가지를 여러벌 구입해와서는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ㅎㅎㅎ
이제 동지도 지났으니까
키다리 고드름처럼 길어만 지던 겨울밤도 조금씩 짧아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