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상여 타고...
사랑하는 누나를 떠나보내고
눈물처럼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서 산중농장에 올라갔습니다.
그토록 높게만 보였던 하늘도
내 마음속에 자란 슬픔의 사다리 탓인지 손에 잡힐듯 아주 낮게 내려와있었어요 ...
온산을 짙게 드리운 산안개는 시큰거리는 가슴처럼 바람결을 따라 밀물과 썰물첢 뽀얗게 휘감았다 밀려갔다합니다.
농장 지천에 늘린 산나물들을 한줌씩 뜯어다 뚝딱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서는
저기 저쪽 붉은 피크닉 테이블 아래에 앉아서 산야초전을 얇게 부쳐 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
몇일전에는 그날 산야초 부침이 너무 맛있었다는 얘기에
근간에 다시 가서 맛나게 많이 해주시겠다고 했었는데 ....
그동안 내린 폭우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농장 진입로는 대비해놓은 배수로 덕분에 사륜차량이 진입하기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새가족이 된 강아지 집을 둘러보았더니 육아에 지친 다루가 양육을 기피하는 지 아기 풍산개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백구로 보이지않을 정도로 멧돼지 새끼처럼 흙투성이를 해가지고 있어서
다루를 데려다 줄에 묶어 놓자
그제서야 아기들에게 수유를 잠시 해주다가 다시 또 아기들을 떨쳐내어
급히 시장에서 장만해간 닭고기들을 푹 삶아서 따뜻한 국물을 부어주자 저렇게 정신없이 먹고서는 단잠을 자는것이었어요.
아기 강아지들을 챙겨놓고 폭우에 농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둘러보았어요
그동안 열심히 제초작업을 한 덕분에
전기철책주변에는 작업거리가 별로 없었지만 오미자 밭 주변은 정글을 방불케 각종 산야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연일 내린 비때문에 감자랑 쌈채밭은 많이 무르고 벌레들이 잔치를 하고 있었어요.
오이랑 고추며 토마토 가지는 물밭에서도 잘 버티고 이처럼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었어요.
다시 풀밭이 되어가는 푸성귀밭 너머로
슬픈 추억처럼 짙은 산안개가 다시 밀려옵니다.
농막 지붕을 밤새 두드리며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서
배수로에 가득 차 있는 진흙을 걷어내고 깊이 패인 길은 다시 돌을 채워 메우는 작업을 부랴부랴 해놓은 다음
아기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중농장을 내려왔습니다.
폭우로 개울물이 조금만 더 불어나면 길이 끊겨서 나올수없기때문입니다.
서울로 돌아와 온수목욕을 마친 아기들은
금새 집안분위기를 익히더니 온 집안을 수색하다 지쳤는지 한마리 두마리 차례로 자리를 잡고 낮잠을 즐겼어요.
인상착의가 비슷하여 리본으로 이름표를 붙여주고 나서야 조금씩 구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새주인들이 정해져있으니
저 녀석들도 몇일 사이에 홀로서기를 시작할것입니다.
...
가난한 촌부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나서
아래로 세명의 남동생들 가르킨다며
일찌기 배움의 기회마져도 누리지못하신 분...
...
친구들이 교복입은 모습을 동경하며
당신은 공장에서 작업복에 야근으로 지새우시면서도
어린동생들은 당신처럼 못배운 고통을 격지않게 하시려고
꽃같은 청춘을 섬유공장 방직기 앞에 다 바치신 분...
일년에 딱 두번
고향 집으로 휴가를 얻어서 돌아 오시는 명절 전날 밤이면
양손에 어린 동생들을 위한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오시어 안겨주시고
다시 눈물을 훔치며 고향집을 나서실때는
부모님 몰래 꼬깃한 지폐 한장을 쥐어주시며 갖고싶은것있을때 써라고 손에 쥐어주셨던 분...
동생들이 방학을 맞으면
공장이 있는 객지 도시로 불러서
좋아하는 만화영화극장이며 휘황 찬란한 백화점과 서점구경을 빠뜨리지않으신 분...
몇해전인가 생일기념으로 사무실 근처에 초대하여 새옷 몇벌을 사드렸더니
1년내내 교복처럼 입고 다니시며 못난 이 동생의 선물이라시며 자랑을 삼고 다니셨던 분...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한다시며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 포장마차와 시장통 좌판매대가 더 정이 간다고 하셨던 분...
이렇게 따뜻하고 고운 ...
내 가슴속에서는 어머님과 진배없는 둘째누님이 바로 그 분...
그토록 곱고 아름다운 둘째누님과
청천벽력같은 이별을 ...
날벼락처럼 닥친 이 이별을 믿고싶지않습니다.
하해같이 넓고 깊은 누님의 은혜에 채 보답도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
이별의 고통보다 더 아프고 애통한것은
평생을 법없이도 살 수 있을만큼 선하게 살아오신 분을...
가족,형제들과 작별인사도 나눌 수 없게
갑작스레
..............
그것도 그토록 참혹하게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다 가시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분을 고향산천과 내 가슴속에 묻었지만
내가 살아있는한 누나는
언제나 우리 가족들과 형제들의 아름다운 추억속에서 늘 고운 모습으로 함께 할것입니다.
부디 저승에서만큼은
몸서리치시던 그 아픔을 치유하시고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평안하게 영면하시길...
생전에 한번도 못해드렸던 말
작은 누나야~사랑해~^♥^
막상 작은 누님을 갑자기 잃고서야 세상을 살아가면서 형제자매를 잃는 아픔의 크기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님이 평소 다니시던 성당 신부님께서 장례미사시간에 남겨주신
"사랑한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
이 세가지 말만큼은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곧장 표현하시라는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돌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주변이웃과 가족들에게
매순간
"사랑한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
라는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