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행과 동문 시산제
고향 초등학교 동문회에서 주관하는 "재경신기산우회" 시산제 행사가 있었던 인왕산에 다녀왔습니다
가까이 있는 산임에도 남산은 그렇게 수없이 오르내렸지만 인왕산은 처음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코스도 편안해서 아이들과 같이 봄이 오기전에 한번 다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호선 경복궁역 1번출구로 나와서 사직공원뒷편으로 나있는 사직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이 같이 오신경우도 있었고 아이들만 데리고 오신 경우도 있었는데 다들 몇차례 동행을 해서인지 서로간에 높낮이도 없이 무척 편안한 만남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직로 모퉁이를 한참 따라가다가 왼편으로 있는 검문소를 지나면 인왕산 등산로가 나옵니다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어서 경계가 삼엄했지만 근무병력들은 과거 권위주의시절과는 달리 등산객들을 만나면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등 매우 친절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달팽이바위라고 해서 자세히 관찰해보니 더듬이도 보이고 영락없는 달팽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휑한 겨울 하늘을 이불처럼 덮고 걸려있는 까치집에는 아직도 주인이 사는 모양인지 주변에는 까치떼들이 정답게 울고 있었습니다
얼마오르지않으면 나타나는 정상으로 가는 첫번째 능선입니다
길이 대체로 무난하고 완만해서 가볍게 다녀와도 전혀 힘들지 않는 코스입니다
바위길에는 이처럼 철제 난간을 설치해놓아 이동하기에 전혀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능선을 딛고 서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며 둘러본 서울은 들쭉 날쭉 치솟은 빌딩들과 함께 낮설지않게 다가왔습니다
인왕산에서 볼거리는 단연 청와대일것입니다
북악산 밑자락에 자리잡은 청와대와 이웃해있는 춘추관이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경복궁도 인왕산에서 바라보니 줌을 했지만 손바닥만하게 비춰졌습니다
밋밋한 산행로가 실증이 나셨는지 일부 선배님들께서는 릿지를 하시겠다며 바윗길을 잡는것이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입니다
오름이 거칠어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편안한 산책코스입니다
기회만 되면 시선은 자꾸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구중궁궐 청와대가 이처럼 개방적인 공간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사직동에서 정상으로 이동해온 능선길입니다
전망대만 나오면 다들 약속이나 한듯 시선은 청와대를 향해 고정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청와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좌청룡격인 북악산과 우백호를 상징하는 인왕산을 끼고 앉은 천하 명당이라고 합니다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뻗어 나오는 정기를 백두산에서 내려받아 인왕산과 북악산을 타고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나 남산과 관악산으로 이어간다고 합니다
그 정기의 맥을 끊어놓기위해 일제는 광화문앞에 중앙청건물과 시청본관을 신축했다는 것입니다
일제의 민족정기훼손 정책은 극에 달해서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大日本이라는 구도가 나오겠금 경복궁일대 도로를 이용해 큰대자를 형상화 해놓고 중앙청을 일본의 첫글자 (日) 의 형상으로 시청 건물을 (本)자가 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인왕산 남서쪽으로 이웃해 있는 안산입니다
능선이 나즈막하고 완만해서 산보삼아 잠시 다녀가도 좋을것 같아 보였습니다
홍은동과 성산동 목동이 저만치 월드컵경기장과 하늘공원과 같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인왕산 정상에서 마주한 북한산 풍경입니다
다들 청와대와 경복궁에 얽혀있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인왕산 등반을 마치고 시산제를 하기로한 부암동방향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북악산 북쪽방향에 있는 부암동 골짜기입니다
청와대 인접해있고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청정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믿기지않을만큼 깨끗한 도심지안에 전원주택지였습니다
돼지머리와 상차림을 준비하고 산우회장님과 같이 시산제를 드렸습니다
돼지머리에는 시산제에 참여해 소망을 빈 사람들이 매달아놓은 돈이 풍요를 약속하듯 푸짐합니다
시산제가 끝나고 축문을 태우며 소지를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는 소망을 산신님께 살라올렸습니다
재처럼 연기처럼 모든 사람들의 새해 소망들이 훨훨~~ 타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북악산 뒷편 골짜기에 시산제를 대비해 몇몇 선배님들께서 이처럼 김칫독을 묻어두셨다고 했습니다
어릴적 고향에서 보았던 그 모습그대로 땅속에 항아리를 묻고 그위에 짚을 덮어 김치의 자연숙성시키는것이었습니다
항아리는 벌써 반쯤 비어있을 만큼 그동안 몇차례 이 김치로 행사를 치루셨다고 했습니다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덜어내고 난후에 김치를 끄집어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사르르 도는 김치가 산중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얼마나 군침이 도는지 한줄기를 찢어 입에 넣어보았는데 맛이 천하일품 이었습니다
저 김치 한포기면 아마도 밥한솥은 뚝딱 할것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저렇게 땅속에 김칫독을 묻고 살고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김치를 꺼내오자 시산제를 마친 동문들은 갖은 정성들을 꺼내놓고 점심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뒷풀이장소로 잡은 계곡에는 보기만해도 시원한 얼음이 가득차있습니다
수질이 얼마나 깨끗한지 여름에는 일급수에서나 볼수있는 가재가 득실거린다고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기수대항 윷놀이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서로가 쏟아내는 추억들로 수십년전의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빈박스는 즉석에서 이렇게 훌륭한 모습을 한 말판으로 거듭났습니다
제가 속한 기수가 결승까지 진출했었는데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아직은 한겨울바람끝임에도 정겨운 시간들로 추위까지 잊은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이렇게 기념촬영한장을 추억으로 남긴채 아쉬운 해산을 했습니다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던 몇몇 선배님들께서는 부암동 하림각에서 여흥을 즐기신다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북악산 계곡에서 얼음을 뚫고 흐르던 봄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인왕산에서 부암별서 실은 다시 한번더 꼭 찾고 싶은 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