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

어머니와 함께 한 빛 고을

자연인206 2004. 11.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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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누님들과 같이 광주에 결혼식장에 다녀오는길에 5.18 국립묘지에 들렸습니다

마침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멀지도 않았고 국립묘지로 승격된 이후 한번도 참배를 하지못해 늘 꼭 한번쯤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혹시나 뭐 이런곳에 가는것이냐고 핀잔을 주실까봐 내심 걱정하였었는데 다행이도 아무 말씀없이 잠자코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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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민주의 문입니다

저 문을 넘어 들어가야지만 평화롭게 단장된 묘역으로 다가갈 수있습니다

학창시절의 숱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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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랑 누님과 같이 종압안내도를 먼저 살펴보면서 관람 코스를 어떻게 할것인지 가늠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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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장이 게시한 안내문을 읽으면서 어머니와 누님들은 20여년전의 광주 이야기를 다시 꺼내 화제를 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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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 문을 지나 민주광장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갔습니다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표현하기 복잡한 상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습니다

아마도 긴세월동안 이곳을 잊고 살아온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때문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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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는 이 묘역의 의미에 대해 누님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감을 잡아가시는 듯 했습니다

여전히 20여년전 소위 "광주사태"라 불리던 당시 이야기를 주제로 추모광장을 지나서 5.18 추모탑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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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탑 좌우에는 이처럼, 부정한 권력의 살육에 맞서 자발적으로 항쟁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역동적인 당시 모습을 기록해놓은 동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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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반란군의 앞잡이들이 민주적인 정권이양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살인적 진압을 감행하자 이에 맞서 자위수단으로 급기야 무장을 하고서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장면을 추모탑 오른쪽에 동상으로 남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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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추모탑앞에 자리한 제단에서 합장으로 참배를 하시고  묘역으로 들어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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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과 석양의 해그림자가 단정하게 가꾸어 놓은 희생자 묘역위로 소리없이 부서져 내려왔습니다

단정한 모습으로 정돈된 묘역앞에서서 눈을 잠시 감고 혼자만의 묵념을 해보았습니다

저승에서나마 평화로운 세상에서 못다이룬 꿈 이루시며 사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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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묘비 뒷편에는 "가난하고 세상보는 눈은 좁지만 참되고 바르게 살리라"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마도 묘역을 조성할 당시 유족들에게 접수한 비문들인 모양인데 가슴이 울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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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 오른쪽 가장자리쪽에 마련된 행불자 묘역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영문도 모른체 주검을 당하고도 살육자들에 의해 비밀리에 암매장되는 바람에 그 가족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조차 끔찍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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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처참한 죽임을 당하거나 암매장지가 오랜 세월이 흐른후에서야 발견되어 신원확인이 되지않은 묘역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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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마지막 길에  새겨놓은 저 비문의 소원이 꼭 이루어 졌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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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묘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서 역사의 문을 지나 5.18 사진 전시회장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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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만나게되는 "진실을 말하지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구가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과거사 진상규명특별법과 관련해서 뻔뻔스러운 정쟁중인데 저처럼 명쾌한 논리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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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참한 살육의 장면들을 담은 사진집을 학창시절에는 쉬쉬하며 돌려보며 치를 떨고 내일처럼 분노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는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던 당시 권력자들의 어불성설을 조롱하며 수업시간보다도 몇배더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며 이런 날을 소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 진실의 전모가 밝혀져 이렇게 추모관들이 정부차원에서 건립되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주역들은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서 우리와 같은 땅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가슴 한쪽을 시리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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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쪽에 마련된 영상자료실에는 관광을 온 사람들로 붐비었는데 모두들 자기눈으로 진실을 확인해서인지  혀를차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영상자료실을 나서며 그동안 강력한 대통령이라고 칭찬을 하던 전두환이가 저런 살육을 지시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시고서는 그런 짐승만도 못한 놈을 아직도 배불리 먹고 살게 하면 되느냐며 한소리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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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문을 나와서 유영봉안소로 가보았습니다

잿빛 색조를 띤 봉안소는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을 보관하고있는 곳이라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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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실내부로 들어서자 희생자들의 영정들이 가지런하게 모셔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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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에는 묘지번호와 사망일자 그리고 이름이 기록되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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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연꽃 문양의 촛대에 촛불이 하얀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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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어머님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였더니

어린아이들처럼 업어주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들쳐업고 큰누님께 부탁하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자식노릇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살아온탓에 나를 향한 어머님의 표정은 늘 어두우셨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서

제등에 업혀계신 어머니의 표정이 저토록 웃음가득한것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어서빨리 어머님께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인정받는 날이 빨리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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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결혼식에 다녀오느라고 금요일 평택 작은 누님댁에서 외박을 하고 밤늦게 집으로 들어왔더니 다솔이 다운이는 일요일에 어디갈거냐면서 아양을 떠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산 단풍 마져 지기전에 한번더 다녀오자고 했더니 모두 좋다고 하여 진관사-향로봉-비봉-사모바위-응봉-삼천사 코스로 일요일을 북한산에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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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길에 삼천사 대웅전앞에 피어있던 국화입니다

꽃이 너무 탐스러워 한컷 담고는 코를 꽃잎에 가까이 가져다 대어보았는데 안타깝게도 향기는 없었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국화꽃에서 가을이 저만치 멀어져가는것을 느끼며 다솔이 다운이의 수다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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