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마지막의 설악산 단풍기행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은 설악산의 단풍을 30대 마지막 가을에는 기어이 보고싶었습니다
틀에 박힌 산행일정으로 여유없이 내달리는 산악회는 왠지 정서적으로 맞지않아 마침 시간도 생겨서 대학 동창 한명과 같이 평일에 여유로이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이른 새벽에 만나 양평대로를 따라 홍천-인제로 방향을 잡고 내달렸습니다
동이트고 햇살이 부서지자 하얀 아침안개가 자욱하게 북한강줄기를따라 피어올랐습니다
한계령 휴게소 주변에는 설악산 단풍 산행을 하기위해 몰려든 전국각지의 자가용들이 갓길에 저처럼 기다란 행렬을 하고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우리도 저처럼 길 한적한 곳에 불법 무단 주차(?)를 하고는 입산을 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한계령 매표소에서 9시 40분 시작해 귀때기청봉 삼거리-끝청-중청-대청봉을 지나 오색약수로 하산하기로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나타나는 철제계단을 조금만 따라 오르면 좌우로 설악산의 암릉들이 기암괴석으로 울긋불긋 단풍과 함께 가슴속에 식어가던 감성을 모두 흔들어 깨우며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설악의 가을 절경은 연신 카메라 샷다를 누를 수 밖에 없게 하였습니다
고사목과 어우러진 암릉은 마치 이상적인 산수화로 조경을 해놓아도 저토록 아름답게 꾸미기는 어려울것 같았습니다
간간이 나타는 계곡에는 이른 서리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빛깔로 오색의 단풍 향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눈부시도록 푸른 빛깔을 내며 초록빛을 띠던 숲은 어느새 저처럼 헐벗은 가지로 남고 깊어가는 가을속에서 겨울맞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귀때기 청봉 삼거리 조금 못미친 오름에서 철제 계단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설악의 위용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서히 안개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져 그동안 관성적으로 여기던 가을 하늘이 높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하얀 구름이 빗겨 흐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한계령에서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귀때기청봉과 대청봉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입니다
귀때기 청봉 삼거리에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설악산의 위용입니다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의 암릉이 제일 명산임을 부정할 수 없도록 하고있습니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시계가 아주 멀리 확보되어서 순간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적이 쉼없이 흐르는 주등산로 한켠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고목의 모습 마져도 여유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어보였습니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마주하고 서서 보는 즐거움 또한 산행의 큰 기쁨이 아닐수 없습니다
내가 흘리고 뿌리며 온 땀방울의 댓가를 이처럼 아름다운 풍치로 곧장 검산할 수있기때문입니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청으로 가는 능선로는 아기자기한 구배와 형용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좌우 풍치를 감상며 이동할 수있어 이왕이면 낮시간에 애용할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진은 이처럼 사실을 묘사하면서도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가리고 필요한 부분만 노출해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있는 매력이 있어서 실제 눈으로 볼때와는 또다른 감흥을 주는것 같습니다
작은 오름이 나타나자 등산객들은 걸음을 늦추고 순서를 기다리며 한걸음씩 다음발걸음을 준비하였습니다
나이가 최소한 몇십년은 족히 되었을 고사목이 아직도 잔가지를 푸짐하게 안고서서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빛내주는데 한몫씩 하고 있었습니다
한계령 남쪽 자락에도 붉은 단풍의 불길은 온 골짜기를 구석구석 채우며 남하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용아장성능선의 기암괴벽은 내 발로 걸어서 정상을 정복하고 두눈으로 가슴에 담을때 더욱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것 같았습니다
끝청가는 길 전망좋은 곳에서 잠시 쉬며 촬영을 하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구비구비 봉우리를 돌아 넘어 이곳 능선 평평한 작은 바위에 앉아서 한계령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산중턱 희끗한 모습으로 보이는 곳이 한계령이니까 어느새 지나온 봉우리들이 믿기지않을 만큼 아득해보입니다
능선 오솔길에도 오색찬연한 가을 단풍은 나의 발걸음을 나도 멈추고 한참을 음미하게 하였습니다
잿빛으로 섞어들어가는 고사목과 한겨울에도 싱싱한 신록이 빛깔을 잃지않는 사철나무의 대조가 신비롭습니다
삶과 죽음을 늘 동전양면처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과도 흡사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무덤을 사이에두고 다야한 수종들이 가을 햇빛아래서 설악산 가을을 치장하느라 분주해보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끝청넘어로 저멀리 중청 봉우리에 하얀구형의 기상청 기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설악산은 이처럼 신비로운 형상의 온갖 바위 절벽과 형형색색의 나무빛깔들로 인해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 드는것 같아보였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하늘에 서로 먼저 다다려는듯 가지 마다 창공을 향해 내달리며 제멋을 뽐내고 있는듯 합니다
속이 썩어들어가 텅 빈 허공을 하고서도 거죽으로 생명을 아직도 잉태해내는 고목은 이제는 그 삶이 고단한듯 옆으로 뉘어서 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길도 어쩌면 이처럼 어두운 그늘과 밝은 빛이 교차며 어느 날은 아픈 눈물로 또 다른 어느날은 기쁨의 웃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험난했던 오름과 가파른 바위길도 언제였느냐는듯이 양지바른 산길도 한참 이어졌습니다
바람에 맞서다 부러진 나무는 반원형 모양으로 휘어져서도 하늘을 향해 숲을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고 등산로의 명물이 되어있었습니다
스님들도 단체로 고행길을 나선 모양인지 등산로 한쪽 절벽위에서 쉬고있었습니다
끝청 이정표가 서있는 곳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촬영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귀때기 청봉이 이제는 저 넘어 먼산이 되었을 만큼 우리는 지금 대청봉에 가까이 다가가고있었습니다
중청 넘어로 대청이 손에 잡힐듯 가까워졌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라는 싯구절이 연상되며 끝이 보이는 탓에 발걸음이 가벼워져갔습니다
중청을 몇미터 남겨두고 산길 옆으로 벗어나 바위절벽위로 평평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점심으로 준비해간 김밥을 먹었습니다
산아래 바위절벽사이로 봉정암의 푸른 기와가 단풍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고 스님의 염불소리와 목탁소리도 이만치 울려퍼져왔습니다
깍아지른듯 날카롭게 서있는 바위 절벽넘어로 푸른 동해바다를 등에 지고 서있는 중청이 보입니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도착한 중청 대피소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을 코앞에 남겨두고 잠시 쉬려는데 119 소방헬기 한대가 헬기장에 착륙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한 등산객이 구조 요청을 하였는데 사실 알고 보니 엄살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경대, 권금성 넘어로 울산바위가 하얀 빛깔로 가을 햇살에 빛나고 있습니다
설악산도 이처럼 아름다운데 금강산 본류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으로도 설레였습니다
대청에서 내려다본 중청과 그넘어로 아득해져버린 끝청과 귀때기청봉은 우리가 유유자적하며 밟고 돌아온 길들이었습니다
가운데 하얀빛깔로 빛나는 바위 절벽이 바로 울산 바위입니다
울산바위 넘어로 동해바다 수평선이 가물거리며 보일듯 말듯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정상 표지석 부근에는 기념촬영을 먼저 하려고 다투는 단체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있었습니다
대청봉을 지나 오색으로 내려가는 하산로 입구입니다
ㅎㅎㅎ 시작은 이처럼 평평한 모습으로 하산객들을 안심시켜줍니다만은 ....
일류 조경사가 아무리 손질을해도 만들어 낼수없을것만 같은 아름다운 산길은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것이라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같은 시간 산길에서 바삐 산을 오르는 이와 유유자적 내리막을 받아들이며 하산하는 이들 모두 자신의 갈길을 가고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요란하게 산을 오르는 이도 있는 반면 이처럼 조용히 자신만의 사색시간을 즐기며 혼자 오르내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비바람에 쓰러져 누운 고목이 산길을 가로 지르며 뒹굴고 있어도 저마져도 아름다운 운치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산행이 주는 선물때문일것입니다
다람쥐 한마리가 나무 밑둥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고 줌기능을 사용하여 한참동안 지켜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한마리가 달려와 먹잇감을 물고 장난을 치며 굴속으로 들어가지않고 등산객들의 눈치를 봐가며 재롱을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던지 ...
무슨까닭때문에 속은 비어 썩어 들어가는데도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린듯 여유로운 모습으로 산길에 서있는 나무 한쌍이 길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산행에 지친 사람들은 한쪽에 앉아서 쉬기도 하며 서로 자기가 가야할 길에 대한 궁금증을 주고 받습니다
오르는 이들은 내려오는 이들에게 ...오르는 이들은 오르는 이들이게 ...
거친 껍질을 갑옷처럼 온몸에 휘두르고 풍파에 어울려 산길을 지키고 서있는 반듯한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에 닿기라도 할 요량인지 곧게만 자라는 저 기상은 아직도 우리가 배워야할 정신임에 틀림없을 것 입니다
바위틈에서도 이리저리 얼키고 설키면서도 억세게 생명을 지탱해가려는 뿌리들의 몸부림이 우리 인생사와 흡사해보였습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던 서로 자기부터 살고보자는 식으로 아둥바둥 아귀다툼을 해야지만 살아남는것으로 여기는 우리 삶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목적지가 가까워 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파라져갑니다
그런 가파른 경사를 이겨내기위해 사람들은 수많은 계단을 만들어 자연에 맞섰습니다
저 계단이 아니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 구간에서 이 절경을 감상하지 못했을것입니다
계단만 의식을 한다면 아득하기 그지없어 싫증이 날만도 하지만 낙엽을 보며 그 속에 묻어나는 아련한 추억들을 불러내다보면 어느새 또다른 계단 앞에서 걸음을 내딛는 내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겪은 아득함을 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단 초입에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저들은 오늘 밤 설악과 함께 날을 셀 모양인것 같습니다
낮은 산 골짜기라서 인지 소나무들이 이제는 제모습대로 서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정상 부근에서는 바람이 너무 거센탓인지 쉽게 볼수없었던 나무들이 당단풍나무와 참나무에 내린 단풍들과 어울어져 하산길 피로를 씻어주었습니다
나홀로 산행을 즐기시는 것으로 보이는 한분이 이제는 지치셨는지 계단의 마지막을 힘겹게 내 딛고 있습니다
지겨움이 들만큼 끊임없이 앞장을 서던 계단의 행렬이 잠시 끊기고 짧은 평지를 만났습니다
해거름에도 입산을 시작한 이들이 대청을 향해 거침없이 밀려 올라갔습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중청대피소쯤에서 일박을 할 것입니다
복장이나 장비만 보아도 산을 얼마나 즐기고 찾는지 금새 알아채릴만큼 나름의 감이 생겼습니다
나홀로 산행족으로 보입니다
설악폭포 뒷쪽으로 깍아지른듯 가파른 경사를 느끈히 치고 오르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산꾼이라는 별명이 부끄럽지않은 사람일것입니다
설악폭포를 시작하게 하는 산봉우리는 이처럼 가파른 경사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설악폭포가 시작되는 정수리 계곡입니다
산행 피로를 이곳에서 세족을 통해 말끔하게 씻어낼수있어 많은 사람들이 세수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합니다
세수와 세족을 마치고 계곡물소리를 따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노랗게 익은 낙엽 한잎이 바위틈에 쏟아지는 물에 밀려서 작은 볼거리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한 빨강색으로 변신해가는 단풍잎은 햇볕과 바람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빛깔을 하며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단풍잎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빛깔을 띠며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이 가을 설악에 다녀가기를 정말로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설악폭포의 비경을 촬영하기위해 벼랑쪽으로 나아가서 간신히 그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이제 하늘에는 하루 종일 작열하던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었는지 어둠이 스미기 시작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움을 선물해주던 단풍나무에도 산그림자가 덧씌워지며 이번 산행의 여운을 아쉽게 일러주었습니다
30대 마지막 단풍기행은 이렇게 모두 끝이 나고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속에서 오래 오래 지워지지않게 간직하다가
삶애 지치고 힘들어졌을때 한개씩 꺼내어 피로회복제처럼 비타민처럼 그렇게 추억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