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도 기행 - 1 (큰풀안 해변의 첫날밤)
절묘하게 주말을 끼고 자리를 잡은 추석연휴를 맞아 평소 알고 지내던 다솔이 친구 가족들의 제안으로 함께 서해에있는 이작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경인고속도로 부평 나들목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시화방조제를 끼고 대부도 선착장까지 내달렸습니다
선착장에는 휴일을 맞아 바다낚시를 나온 사람들과 섬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진입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제부도 인근까지 나가서 유명한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 요기를 하고 돌아와서 배를 기다리는 사이 아이들은 밀물때라 선착장 위에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닷물놀이를 하면서 여행길의 즐거움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에서는 강태공들이 물때를 놓치지않고 바닷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어느 중년의 부부가 겟지렁이를 미끼로 순식간에 건져올린 게들입니다
이작도까지 승용차를 가져갈경우 운임이 36,000원이라고 했습니다
소요시간은 대부도 선착장에서 약 1시간30분정도이고 운행시간은 평소 하루 3-4회 정도 되는것 같았습니다
대부도 - 이작도간 카페리호는 규모가 제법 커서 자동차 수십대를 수용할 수있을만큼 여유로왔습니다
집비둘기처럼 부두의 갈메기들도 여행객들이 뿌려주는 새우깡에 길들어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갈메기들은 새우깡을 뿌리는 쪽으로 몰려다니며 물고기 사냥보다 더 흥미로워하였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승선하자 배는 대부도 선착장을 등지고 수평선마냥 끝없이 펼쳐진 시화방조제로부터 멀어져만 갔습니다
아담한 무인도가 희뿌연 안개숲에서 서해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그넘어로 영흥대교의 위용이 보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이렇게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는데도 아이들은 이내 친숙해져서 서로 살을 부비며 친숙해져갔습니다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서 시커먼 연기를 피워 올리며 달려오던 고깃배를 모두들 걱정스러운 맘으로 지켜보았는데 가만히 보니 어의없게도 매연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다도해의 행렬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선장에게 물어보았더니 이제사 이작도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뱃머리 앞으로 이작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이작도는 소이작도와 약 200여미터를 사이에두고 부아산과 소리산으로 되어 있다고했습니다
이작도는 서쪽 끝에 있는 선착장에서 동쪽 끝이라고 할수있는 계남 마을까지 4키로미터 밖에 되지않는 아주 아담하고 조용한 섬마을이었습니다
해수욕장이름도 기억에 쏙쏙 남는 것들이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묵기로한 곳은 큰풀안 해수욕장 뱃사장 바로 앞에 있는 2층 팬션이었는데 지금 막 신축해서 아직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소리산 자락의 해변과 맞닿은 곳에 자리한 숙소는 동화속에서 나오는 숲속의 성보다 어쩌면 더 아름답고 멋진곳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 펼쳐져있는 긴 모래사장은 쓸물때라서 고운 해변이 아주 길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함께 여행을 온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어서 마치 우리가 해수욕장을 통째로 전세낸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해변을 이곳저곳 뛰어 다니던 아이들은 바닷물속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다가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비치타올을 뒤집어 쓴채로 이제 모래놀이에 열중하였습니다
지치지않는 아이들의 뜀박질 놀이에도 아랑곳없이 해는 뉘엇뉘엇 서산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어둠이 내리기전에 해변에 돗자리를 펴고는 저녁 식사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석양이 펼치는 노을의 장관을 잡으러 부아산 정상으로 차를 급히 몰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노을은 무인도를 빨갛게 달구며 구름사이로 사라져갔습니다
노을은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끝맺음도 저렇게 아름답게 장식할 수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구차하고 추악한 끝맺음이 판치는 세상이다보니 노을이 주는 교훈은 무었보다 더욱더 우리에게 따뜻한 가치인것 같습니다
어둠이 해변에 빈틈없이 채워졌을 무렵에서야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모두 마치고 엄마 아빠들 식사 차례가 되었습니다
맑은 공기속에서 부담없는 이웃들과 함께 기분좋게 한 식사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던 것 같았습니다
해변 여기저기 뒹굴어다니던 나무토막들을 쌓아놓고 재학시절 MT때나 밝혀보았던 모닥불도 지펴보았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밤늦도록 자유롭게 뛰어놀수있다는 사실에 감사한지 연신 하하호호입니다
랜튼을 하나씩 손에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갖 놀이를 개발해서 고요한 바닷가에 파도소리보다 더 큰 웃음소리로 해변을 채웠습니다
그러다가 해변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동아줄을 함께 끌어다 놓고 둘러앉아 무슨내용인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먹해하던 남녀간의 분위기까지도 일소했습니다
밤이 아주 늦어 맛있는 저녁도 달콤했던 술도 도란 도란 나누던 이야기 꽃도 모두 바닥내고서는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다솔이다운이는 여흥이 남아있어서 한밤의 이벤트로 창작 댄스파티로 잠자리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우리 머리위에서 훤하게 밝혀주던 달은 구름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보름을 향해 가고있는듯 하였습니다
한가위가 바짝 앞으로 닥아온것이 틀림없는 모양입니다
저 달처럼 세상 시름을 이리저리 피해서 이작도의 첫밤처럼 그렇게 늘 행복했었으면 좋겠습니다